전체 글100 [20] 사람은 누구나 고아(孤/苦兒) 눈물 흘리며 누워 울고만 있을 수 없었다. 달리 할 일도 잆었다. 일어나서 심경을 정리하고 심지를 굳게 하기 위해 글을 쓰기로 했다. 어제 집중치료실에 입원한 어머니를 오후 면회가능시간에 맞춰 찾아갔다. 아침 면회는 아내 혼자 갔다. 중환자실이라 했지만 그 표지판대로 집중치료실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니의 건강상태가 위중함을 인정하기 싫었다. 다행히도, 어머니가 전날보다, 아침보다 건강이 호전되어 있었다. 나도 몰라보던 전날과 달랐다. 일단 안심했다. 아들, 아들, 내 아들, 전과 같았다. 아내도 알아보고 며느리라고 하셨다. 좀체 잡지 않던 손도 잡고 하셨다. 나보고 한무영이라고 몇 번 말씀하셨다. 내 얼굴에서 그를 본 것일까 속으로 생각했다. 먼저 간 딸이름도 말씀하셨다. 손자 이름도 .. 2024. 12. 27. [19] Gray Christmas 오늘은 크리스마스, 성탄절이다. 오늘은 한 달에 햔 번으로 제한되어 있는 어머니 면회 가는 날이다. 오늘은 평시와 다른 것으로 시작된 날이다. 고요한 산사 같은 동네, 길 가는 사람 하나 볼 수 없는 외딴집, 바람도 없는 방에서 들려온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지치고, 지쳐 끄지 못한 불만 켜져 있었다. 그 소리는 카톡 소리였다. 그 놈이었다. 시각을 보니 1시 25분. 전국 100곳 이상에서 울렸을 것이다. 그 놈이 질질 끌어가며 길고도 길게 쓴 글이었다. 찬찬히 읽었다. 독기가 오를 때로 올라 쓴 글이었다. 그 독기, 나로 인한 것이다. 내가 쓴 글로 인한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나를 성토하는 내용밖에 없었다. 그 놈은 그 내용으로 피해자 코스프레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나라.. 2024. 12. 25. [55] 알라딘, 중고책방계의 강자 이 제목에 따라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밝혀둘 것이 몇 있다. 이 글은 글쓴이의 개인적 체험담이다. 직접 체험한 이 에피소드를 공유함으로써, 나와 같은 생각으로 소장햔 책을 판매하려는 여러 분들의 실속없는 수고를 사전에 방지하는데 목적이 있다. 어떤 것도 비방 또는 흑색선전 할 의도는 전혀 없다. 이 점을 명확히 하여 오독을 피하고자 한다. 이른바 인공지능 시대다. 몇 단어만 넣어도 꽤 좋은 글이 생성된다. 작가란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꽤 많은 것으로 안다. 그 작가들이 쓴 글은 어떨까. 대개 맛집 소개, 가볼만한 여행지 안내 류의 글들이다. 대형출판사들도 앞다투어 전자책 발행으로 방향을 옮겼다. 종이책이 아니라 구독하는 전자책, 블로그, 너튜버 등으로 지식을 얻는 것이다. 하여간 글을 청년들이 쓰.. 2024. 12. 21. [54] 지금 이곳은, 지금 나는 이곳에 올라 온지도 사흘째다. 이곳도 춥다. 더 춥다. 단풍나무에 든 단풍까지 모두 떨어져 마른 잎, 고엽(枯葉)이 된지 오래된 듯 보인다. 그곳은 단풍나무 단풍만은 절정임을 보고 왔다. 이땅이 이리도 넖단 말인가 싶다. 겨울이 정말 싫다. 유년기에 겪은 악몽 같은 일들, 그 기억들 때문만은 아니다. 살점 거의 없는, 피골상접의 몸 때문만도 아니다. 찬 바람이 불고 추워질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그 증상들 때문이다. 이번에는 콧물과 기침까지 더해져 몸살난 것 같다. 31일짜리 적금을 빠짐없이 다 넣은 줄 알았다. 입금하고 보니까 나흘 남았고, 이곳에 온 날 입금하지 않은 걸 뒤늦게 알았다. 매일 꼭 해야 하는 일이 없는 처지가 되고 보니, 요일 감각부터 없어졌다. 매일 그날이 그날이다. 실수가 많다.. 2024. 12. 7. 이전 1 2 3 4 ··· 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