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3 [22] 글: 한일(韓日)의 차이 부제: 한국인과 일본인이 글을 대하는 방식 한국인과 일본인은 여러 모로 다른 점이 많다. 비근한 예를 들어 보면 이렇다. 한국에서 태안반도 앞에 있던 유조선에서 기름이 유출되었을 때와 일본에서 쓰나미로 후쿠시마현[福島県]에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를 비교해본다. 일본의 초기 대응은 차분했다. '매뉴얼'대로 했다. 대책이 나올 때까지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에 그곳을 떠난 사람들이 많았고 남은 사람은 굶주리며 살아야 했다. 세계 각국에서 보내온 구호물품이 필요한 제때 후쿠시마에 들어가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는 달랐다. 매뉴얼도 없었고, 전국에서 사람들이 자진해서 달려가 덮어놓고 걸레로 바위나 돌을 닦아냈다. 원상복구되는데 걸린 시간이 예상보다 훨씬 짧았다. 어느 쪽이 더 잘하고 있는지 더 따져봐야 하겠.. 2023. 11. 5. [21] 말과 글: 동서(東書)의 차이 부제: 한국인이 영어를 말로 잘하지 못하는 까닭 텔레비전을 보면, 신기한 것이 있다. 외국인이 출연한 프로그램에서다. 그 사람이 미국에서 온 사람이든, 영국에서 온 사람이든, 독일에서 온 사람이든, 그 외국인들이 우리'말'을 너무 잘하는 것이다. 정말 잘한다. 사투리까지도 말로 잘도 한다. 어떤 사람은 이 땅에서 태어난 한국인, 지금까지 살고 있는 한국인보다 더 잘한다. 나보다 우리말을 더 잘하는 서양인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함께 출연한 프로그램을 보면, 잘하기는 해도 서양인들만큼 잘하지 못한다. 뭔가 서툴고, 어색하다. 서양인들만큼 유창하지도 않다. 왜 이런 미묘한 차이가 느껴지는 것일까. 나만 그런 것일까. 방송이란 특성상 '대본'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으로는 설명이 잘되지 않는.. 2023. 11. 5. [18] 구사(九思), 생각할 것 아홉 글을 잘 지으려면 모름지기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말을 보고들을 때마다 몇 가지 의문을 품게 된다. 무엇을, 무엇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야 글을 잘 지을 수 있다는 말일까. 생각을 어떻게 해야 글짓기를 잘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일까. 생각을 많이 하기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뜻은 물론 아닐 것이다. 생각에 대해 생각해본다. 심리학의 용어로는 '초인지'(metacognition)다. 생각이란 생각하는 행위(동사)다. 생각은 외물에 대한 마음의 반응이다. 또, 마음에서 일어난 생각이 자극이 되어 또 다른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행위로 말미암아 마음에서 생기는 그 무엇(명사)이기도 하다. 이때 말하는 생각이란 곧 무엇을 생각하는 행위를 거쳐 마음 속에 갖게 된 어떤 것이다. .. 2023. 11. 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