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疾書): 거칠게 쓴 글54 [54] 지금 이곳은, 지금 나는 이곳에 올라 온지도 사흘째다. 이곳도 춥다. 더 춥다. 단풍나무에 든 단풍까지 모두 떨어져 마른 잎, 고엽(枯葉)이 된지 오래된 듯 보인다. 그곳은 단풍나무 단풍만은 절정임을 보고 왔다. 이땅이 이리도 넖단 말인가 싶다. 겨울이 정말 싫다. 유년기에 겪은 악몽 같은 일들, 그 기억들 때문만은 아니다. 살점 거의 없는, 피골상접의 몸 때문만도 아니다. 찬 바람이 불고 추워질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그 증상들 때문이다. 이번에는 콧물과 기침까지 더해져 몸살난 것 같다. 31일짜리 적금을 빠짐없이 다 넣은 줄 알았다. 입금하고 보니까 나흘 남았고, 이곳에 온 날 입금하지 않은 걸 뒤늦게 알았다. 매일 꼭 해야 하는 일이 없는 처지가 되고 보니, 요일 감각부터 없어졌다. 매일 그날이 그날이다. 실수가 많다.. 2024. 12. 7. [53] 202412 에피소드 2024년 마지막 달 초하루와 다음 날 이틀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새삼 고마운 일, 그래서 미안함이 있는 일, 훈훈하고 정감 있는 일들 속에 속상한 일, 황당한 일, 그래 그렇지 하는 일들이 함께 했다.#1. 집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 어머니와 아내가 내려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것이 급하다는 마음이 조급했었나 보다. 우연히 인연이 맺어진 그 분은 모든 걸 갖춘 분이었다. 명함에 컨설팅, 골프장 조성을 뒤늦게 보고 문자 보낸 다음 전화를 드렸다. 받지 않으셨다. 일요일이고 전날 김장할 재료들 준비해 가셨기에, 5시경 댁 근처로 갔다. 조금 힘써 도와드린 것으로 말씀드리려니 좀 염치가 없나, 결례는 아닐까 염려와 걱정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제 급히 도와드리느라(사실 나도 허리가 아픈.. 2024. 12. 3. [52] 바둑과 예수 어제 금룡사에 가기 전, '성당'못을 한 바퀴 돌았다. 얼마 전과 다른 길로 갔다. 오늘날 늙은이들이 살아가는 어두운 현실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곳은 할 일 잃은 노인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서울 탑골공원 옆의 노인들을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연상될 수 있을 것이다. 정오 무렵이었다. 삼삼오오 노인들이 찾아들고 있었다. 이미 다수의 노인들이 자리잡고 바둑을 두고 있었다. 사람 없는 자리에도 돗자리가 펴져 있고 바둑판과 바둑알이 담긴 통이 그 위에 놓여 있었다. 궁금증이 생겼다. 누가 노인들을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인지. 시나 구나 동에서 한 것일까 생각했다. 이 궁금증은 곧 풀렸다. 자리값을 받고 누군가가 하는 것이라고 어떤 분이 하는 말을 들어서다. 그러면 그렇지. 세상에 공짜가 어디.. 2024. 12. 2. [51] 시레기는 쓰레기가 아니다 오늘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은 분주히 옴직인다. 차들도 쌩쌩 달리고, 운동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아침 식사 된다는 입간판도 보인다. 씨레기 국밥, 값이 참 착하다. 요즘 말로. 시레기란 말을 보니 믇득 쓰레기란 말이 연상되었다. 글자 한 자 비슷한 듯 다르다. 어제 새벽 이곳에 내려왔다. 여동생을 만나 달력을 전하고 헌책방에 도착할 무렵 10시 조금 넘은 때였다. 오늘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 전에 대화를 시도해 볼 생각이다. 조금 떨어진 철학관 앞에 차를 세웠다. 걸어서 갔다. 사장이 보이지 않았다. 구두수선점에 갔다. 친구분은 없었다. 내가 떠난 걸로 생각했다고 했다. 돌아온 이유를 말했다. 할 말에 대한 조언을 해주었다. 얘기 중에 자기가 매일 돈 달라고 오는 부랑객을 도와준 일도 얘.. 2024. 12. 1. 이전 1 2 3 4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