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charset="UTF-8"> [52] 바둑과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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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疾書): 거칠게 쓴 글

[52] 바둑과 예수

by I'mFreeman 2024. 12. 2.

어제 금룡사에 가기 전, '성당'못을 한 바퀴 돌았다. 얼마 전과 다른 길로 갔다. 오늘날 늙은이들이 살아가는 어두운 현실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곳은 할 일 잃은 노인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서울 탑골공원 옆의 노인들을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연상될 수 있을 것이다.

    정오 무렵이었다. 삼삼오오 노인들이 찾아들고 있었다. 이미 다수의 노인들이 자리잡고 바둑을 두고 있었다. 사람 없는 자리에도 돗자리가 펴져 있고 바둑판과 바둑알이 담긴 통이 그 위에 놓여 있었다. 궁금증이 생겼다. 누가 노인들을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인지. 시나 구나 동에서 한 것일까 생각했다. 이 궁금증은 곧 풀렸다.

    자리값을 받고 누군가가 하는 것이라고 어떤 분이 하는 말을 들어서다. 그러면 그렇지.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을까. 그곳은 노인들을 상대로 상행위를 하는 영업장이었던 것이다. 따지자면 탈법의 사업이다. 그런데 어쩌랴. 할 일 없이 그곳에 나와 바둑 두기로 소일하는 노인들이 그렇게 많은데, 그런 장소를 만든 그 사람에게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노인복지가 미치지 못하는 노인들의 그런 삶이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를 소일하는 노인들이 측연했다.

    나도 저 무리들 속의 한 사람이 되는 것일까. 시간, 특히 총명한 청년들이 그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나는 죄를 짓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담할 때도 늘 그렇게 말해 주었다. 그 절실함이 다르기에 그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늘 그런 말하는 기성세대 취급하지 않았다면 다행일 뿐이다. 그런 조언을 분명히 했다는 것, 그 사실이 중요할 따름이다.

    어떤 분이 나한테 바둑 한 수 두자고 말했다. 둘 줄 모른다 답하고 그곳을 벗이났다. 조금 가는데, 어떤 청년이 담배를 팔고 있었다. 낯익은 베트남 담배가 보였다. 그 유명한 하노이 깃발 탑이 그려져 있는 그 담배! 다시 보니 사이공 담배, 국산 담배 둘, 모두 네 가지 각각 10갑이 있었다. 값을 물어보니 2만 8천원이라 했다. 면세점에서 산 담배를 팔고 있는 것이다. 다음 번에도 남아 있으면 구입하겠다고 하고 차를 타고 두류도서관에 간 것이다.

    두류도서관에서 1시간쯤 작업하고 나왔다. 두 사람이 커피 한 잔 들고 가시라 했다. 내 자전에 관심을 갖고 이것저것 물어봤다. 그 유명한 신천지 교인들이었다.  커피 한 잔 얻었으니 그 값은 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자기들 얘기뿐이었다. 영남대역 근처 교육장에서 무료 교육이  있다며, 연락처를 물어봤다. 이 경험을 한 번 한 적이 있기에, 정중히 사양하고 돌아섰다. 때가 맞는다면 그렇게 되지 않겠냐는 말이 끝이었다.

    그 두 여인이 그토록 자신하는 까닭을 도무지 알 수 없다. 요한계시록이 그런 믿음의 바탕인 줄은 알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초기에 감염사실을 숨긴 것에 대한 미안함과 부끄러움은 찾아볼 수 없다. 참으로 초라함을 전국에 보여준 그 총회장은 여전히 건재하다. 헬기를 타고 이곳저곳에서 목회를 한다고 들었다. 그 분이 유일하다고 들었다.

    나는 낙원이든 극락이든 그런 것을 믿지 않는다. 어딘가에 공간으로 존재한다는 것, 종말에 구원받아 그곳에서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는 것, 솔직히 말하면 구라(?)치는 것이다. 불안 공포 마케팅에 불과한 것이라고 '믿는다.' 신학자 오강남 교수 책  <그런 예수는 없다>의 표현을 빌면 그런 구원도, 그런 낙원도 없다. 신천지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 그 순간순간 충실히 살면 된다. 낙원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자신을 믿어야 하는 것이다.

    문화예술회관 앞 바둑판 있던 여러 분들, 도서관에 있으며 무언가/누군가를 유심히 쳐다보던 분들, 그 분들의 눈매가 생각난다. 먹고사는 문제가 어려우니, 표정이 시선이 부드럽지도 따뜻하지 않다. 이것이 이곳 대구의 현실(reality)인 것으로 이해한다. 오늘은 두 곳 모두 휴관이다.

2024년 12월 2일(월)
H.M.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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