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판본 목활자본 필사본1 [49] 책의 운명, 어떻게 될 것인가 내가 자원하여 봉사한 헌책방 주인이 말했다. 책을 팔기 위해 책을 읽었다고. 중학교 과학 과목이었던 물상(物象) 교과서와 참고서를 한자를 몰라 팔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한자 공부를 지독하게 했다고 했다. 대략 3000자 쯤 안다고 했다. 젊은 시절의 그는 그렇게 책과 인연을 맺고 책을 읽고 책을 팔며 살았던 것이다. 지금의 그는 그 옛날의 초심을 잃은지 오래되어 보인다. 그에게 책은 더는 책이 아니다. 그저 돈을 받고 파는 물건일 뿐이다. 책을 팔러 오는 사람도, 책을 사러 오는 사람도, 또 그 책도 그는 돈으로 본다. 책(冊)은 본래 죽간을 평평하게 다듬어 글을 적고 가죽끈으로 매어놓은 물건이다. 한자 모양 그대로다. 책장에 꽃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거북등, 죽간, 돌, 쇠에 쓰여지던 .. 2024. 11. 2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