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charset="UTF-8"> [11] 동다송, 어떤 책인가. 왜 이 글을 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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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서(抄書): 베낀 남의 글

[11] 동다송, 어떤 책인가. 왜 이 글을 쓰는가

by I'mFreeman 2024. 11. 27.

아모레퍼시픽박물관 소장 동다송 원본

 

초서: 베낀 남의 글에 소속한 앞의 글에 이어 일단’ <독송용 동다송>을 모두 옮겨 읽어 본다. 인터넷에 올려져 있는 것을 복사해 붙이는 편리한 방법은 취하지 않았다. 소책자에 있는 번호는 빼고 나머지는 하나하나 손수 입력했다. 한자로 쓰고 음을 단 것이 먼저 있고, 우리글 역문이 뒤에 있는 것을 순서를 바꾸었다. 본문 앞과 뒤의 발문 쓴 이 외에는 한글 역문 뒤에 한문을 붙였고 음을 뒤에 달았다. 음이 잘못 달린 한자가 셋 있어 고쳤고, 자전에는 나오지만 한글 프로그램 한자 확장자에서는 찾을 수 없는 한자, 이 둘에 모두 없는 한자(고자이거나 벽자인 듯함), 오자인 것으로 보이는 한자가 각각 하나 있어 본문에 네모()로 표기하고 뒤에 글꼴과 훈을 적었다. , 맞춤법에 맞지 않는 부분 중 몇 곳만 고쳤음을 밝혀둔다. ‘일단한번 읽어 보겠노라 한 말의 뜻은 이 글을 읽은 눈 밝은 사람이라면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동다송(東茶頌)

 

동다송(東茶頌) () 해도인(海道人) 명작(命作)

초의(草衣) 사문(沙門) 의순(意恂)

 

하늘이 예뻐하여 온 너 아름다운 나무여 그 덕스러움이 귀한 귤나무와 같도다 [后皇嘉樹配橘德(후황가수배귤덕)]

네 터를 옮기지 아니하여 따뜻한 남쪽에서만 자라나니 [受命不遷生南國(수명불천생남국)]

풍성한 잎은 찬 기운과 모진 추위를 견뎌내 겨우내 푸르러라 [密葉鬪霰貫冬靑(밀엽투산관동청)]

하얀 꽃은 서리에 씻겨 가을 풍광을 빛나게 하여이다 [素花濯霜發秋榮(소화탁상발추영)] (1)

 

고야산에 노니는 신선의 살결같이 해맑아 [姑射仙子粉肌潔(고사선자분기결)]

갠지스강의 빛나는 황금의 열매를 맺느니라 [閻浮檀金芳心結(염부단금방심결)]

맑고 백옥 같은 네 가지는 밤이슬에 씻기우고 [沆瀣漱淸碧玉條(항해수청벽옥조)]

너의 잎 또한 새벽이슬 머금어 푸르른 새의 혀와 같으니 [朝霞含翠禽舌(조하함취금설)] (제2송) 閵(린)=새 이름, 밟을

 

하늘과 신선과 사람과 귀신이 다 같이 사랑하고 아끼었으니 [天仙人鬼俱愛重(천선인귀구애중)]

너의 물건됨이 참으로 귀이함을 알 수 있도다 [知爾爲物誠奇絶(지이위물성기절)]

땅을 다스리는 신농님이 이미 오래전부터 네 효능을 식경에 실었느니라 [炎帝曾嘗載食經(염제증상재식경)]

소락 재호 감로는 아득한 날부터 이어오는 가장 맛있는 이름이어라 [醍醐甘露舊傳名(제호감로구전명)] (3)

 

술을 깨고 잠을 적게 하니 이는 일찍 주공이 증험한 바라네 [解酲少眠證周聖(해정소면증주성)]

제 나라의 높은 사람 안영은 조밥에 차 한 사발, 산채나물 더불어 먹었다고 들었나니 [脫粟伴菜聞齊嬰(탈속반채문제영)]

차인 우홍은 제물을 바쳐 단구선인에 빌고 [虞洪薦乞丹邱(우홍천걸단구)] =+氣(회): 보낼, , , 희생

모선은 구명을 보이며 진정을 유혹하였다네 [毛仙市叢引秦精(모선시총인진정)] (4)

 

땅속의 귀신도 만금으로 사례하기를 아끼지 않았으라 [潛壤不惜謝萬錢(잠양부석사만전)]

산해진미 진수성찬의 음식 가운데 좋은 차는 그 아름다운 음식의 으뜸이어라 [鼎食獨稱冠六情(정식독칭관육정)]

수나라 황제 문제가 아픈 머리 병을 이 차를 마셔 나았으니 이 얼마나 신이한 일인가 [開皇醫腦傳異事(개황의뇌전이사)]

하늘 우렛소리 이름 붙인 차와 녹용 향기 스치는 차를 거듭거듭 만들었나니 [雷笑茸香取次生(뇌소용향취차생)] (5)

 

당나라 황실에서는 백 가지 진수성찬 먹었는데 [巨唐尙食羞百珍(거당상식수백진)]

그 나라 가장 예쁜 동창공주는 자영이라는 차만을 마셨으니 임금님은 그 차만을 하사했다네 [沁園唯獨記紫英(심원유독기자영)]

잘 만들어진 두강차는 이 시대부터 성행되고 [法製頭綱從此盛(법제두강종차성)]

맑은 세상 덕 높은 이들은 준영이라는 차를 좋아했다네 [淸賢名士誇雋永(청현명사과준영)] (6)

 

용 문양 봉 문양 차 만들어 곱게 장식하니 아름답기 그지없고 [綵莊龍鳳轉巧麗(채장용봉전교려)]

만금을 다 들여 백 덩어리 떡차를 만들었나니 [費盡萬金成百餠(비진만금성백병)]

뉘라서 어여쁜 색깔과 참된 향기를 알 수 있으리 [誰知自饒眞色香(수지자요진색향)]

문득 한 번 잡것이 스치면 그 진성을 잃나니 [一經點染失眞性(일경점염실진성)] (7)

 

도인이 어여쁜 차를 만들려고 [道人雅欲全其嘉(도인아욕전기가)]

일찍이 깊은 몽정산에 들어가 손수 차나무를 심어 [曾向蒙頂手栽那(증향몽정수재나)]

다섯 근을 정성스레 만들어 임금께 바치었나니 [養得五斤獻君王(양득오근헌군왕)]

그 이름이 길상예 성양화차라네 [吉祥蕊與聖楊花(길상예여성양화)] (8)

 

눈꽃 같은 차와 살찐 구름 같은 차는 서로 향기를 뽐냄이여 [雲花雲爭芳烈(운화운쟁방렬)] =+

두우물샘 차와 태양이 이루는 차는 강소성 절강성 두 고장에서 풍성하도다 [雙井日注喧江浙(쌍정일주훤강절)]

건양 땅 단산 푸른 시냇물 골짜기에서 나는 [建陽丹山碧水鄕(건양단산벽수향)]

구름집 차와 달빛 젖은 시냇물 향기 나는 두 차는 천하의 일품이라네 [品題特尊雲澗月(품제특존운간월)] (9)

 

맑고 고운 땅 우리나라에서 나온 차는 원래가 [東國所産元相同(동국소산원상동)]

그 빛과 향과 맛이 좋아 더불어 기운까지 제일이니 [色香氣味論一功(색향기미논일공)]

육안지방 차는 맛이 좋고 몽정산 차는 약이 된다지만 [陸安之味蒙山藥(육안지미몽산약)]

우리 동차는 맛도 좋고 약도 된다고 옛사람들 말했다네 [古人高判兼兩宗(고인고판겸양종)] (10)

 

늙은이를 젊게 하는 신험 효험 있어 [還童振枯神驗速(환동진고신험속)]

팔십 도인의 얼굴 붉은 복숭아꽃 빛 같게 하도다 [八耋顔如夭桃紅(팔질안여요도홍)]

내가 사는 일지암 기슭에는 달콤한 샘물의 어머니 젖 같은 유천이 있나니 수벽탕 백수탕 만드니 [我有乳泉, 成秀碧百壽湯(아유유천, 성수벽백수탕)] 挹(읍): (액체 등)뜰, 누를, 당길, 읍할(=揖)

어떠랴, 이 수벽탕 백수탕 달여 가서 남산골 해거도인께 바칠거나 [何以持歸, 木覓山前獻海翁(하이지귀, 목멱산전헌해옹)] (11)

 

차에는 아홉 가지 어려움과 청향 난꽃 향기 진실향 순수향 이 네 가지가 있음이여 [又有九難四香玄妙用(우유구난사향현묘용)]

어찌 일러주리! 이 구난(九難) 사향(四香)의 어려움을 옥부대 선방에 참선하는 스님네들이여 [何以敎汝, 玉浮臺上坐禪衆(하이교여, 옥부대상좌선중)]

다사의 아홉 가지 어려움 그르치지 아니하고 네 가지 향가 온전하니 [九難不犯四香全(구난불범사향전)]

이 지극한 맛은 가히 구중궁궐에 바칠 만하나니 [至味可獻九重供(지미가헌구중공)] (12)

 

비취빛 차와 녹색의 향기는 어렵사리 조정에 보낼 수 있으리라 [翠濤綠香纔入朝(취도녹향재입조)]

맑고 총명함 동서 서방으로 통달해 막힌 데 없나니 [聰明四達無滯壅(총명사달무체옹)]

싱그러운 차 뿌리 신령스런 산에 기대었음이여 [矧爾靈根托神山(신이영근탁신산)]

선풍 옥골 그 씨가 달라 [仙風玉骨自另種(선풍옥골자령종)] (13)

 

녹빛 어린싹과 꽃 자줏빛 고운 순은 구름 뿌리내리는 땅을 뚫는다네 [綠芽紫荀穿雲根(녹아자순천운근)]

채성과 차의 신기를 맞추기 어렵고도 어렵기 때문이라네 [胡靴犎臆皺水紋(호화봉억추수문)]

맑고 깨끗한 밤이슬을 흠뻑 다 마셨는지 [吸盡瀼瀼淸夜露(흡진양양청야로)]

삼매경(三昧境)에 든 손끝에 기이한 향기 어리네 [三昧手中上奇芬(삼매수중상기분)] (14)

 

다시 물과 샘 가리기에 차는 물의 신이요 물은 차의 본체라 하였나니 진수가 아니면 그 신이 나타나지 아니하고 [中有玄微妙難顯(중유현미묘난현)]

진차가 아니면 그 체를 감히 맛볼 수 없다네 [眞情莫敎體神分(진정막교체신분)]

차의 체와 물의 신이 비록 온전하다 할지라도 오히려 중정을 그르칠까 두렵도다 [體神雖全猶恐過中正(체신수전유공과중정)]

중정을 잃지 않아야지 건과 영이 아울러 얻어지나니 [中正不過健靈倂(중정불과건영병)] (15)

 

옥화 차 한 잔 기울여 마시면 겨드랑이 바람 일어 [一傾玉花風生腋(일경옥화풍생액)]

몸은 가벼워 하늘나라 신선인 듯 하나니 [身輕已涉上淸境(신경이섭상청경)] (16)

 

밝은 달 촛불 삼고 아울러 친구 삼으며 [明月爲燭兼爲友(명월위촉겸위우)]

흰 구름이 자리하고 더불어 병풍으로 둘러치니 [白雲鋪席因作屛(백운포석인작병)]

댓잎 스치는 소리 솔바람 소리 한가지로 청량해 [竹籟松濤俱(죽뢰송도구)] 蕭(숙): 맑은대쑥, 시끄러울, 쓸쓸할, 불, 떨어질, 울, 물건소리, 앉을

외로운 마음 달래주나니 [淸寒螢骨心肝惺(청한형골심간성)]

하얀 구름 밝은 달 애오라지 두 벗이 되어 [惟許白雲明月爲二客(유허백운명월위이객)]

도인의 찻자리 더욱 승하게 해주누나 [道人座上此爲勝(도인좌상차위승)] (17)

 

제발(題跋)

초의선사가 햇차를 시험하니 푸른 향기 피어오르고 [草衣新試綠香煙(초의신시녹향연)]

날짐승의 혀 같은 섬세한 계절 잘 갖추어진 첫물차 [禽舌初穀雨前(금설초곡우전)] =(손 길고 고울)?[이 아니라 라면]

말하지 마라 단산의 운감차와 월간차 좋은 것을 [莫數丹山雲澗月(막수단산운간월)]

찻잔에 가득 찬 뇌소차 한 사발이면 우리 생명 맑게 이루리 [滿鍾雷笑可延年(만종뇌소가연년)]

백파거사(白坡居士) ()

 

이 한글 역문, 솔직히 쉽게 읽히지 않는다. 중국 고전에 대한 선이해도 필요하고, 원문에 없는 말들이 많이 덧붙여졌고, 일상적으로 쓰지 않는 말들도 많고, 차 이름과 사람 이름 그리고 그에 대한 옛일까지 두루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맥이 맞지 않는 것도 보인다. 글의 형식에서는 4구로 송 하나를 이루다가 2구로 된 것도 있고, 7언으로 이어지다 갑자기 글자 수가 더해진 것도 있다. 원문을 제대로 추려내어 옮겼는지, 그것도 의문이다. 제대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원문 대조와 함께 많은 검색이 필요할 것이다. 여기서 이 작업은 소용없는 것이다. 이미 다 있다. 본문에 나오는 해거도인과 발문을 제한 백파거사가 누군지만 알아보았다. 앞 사람은 정조 임금의 외사위 홍현주(洪顯周, 1793-1865), 뒤의 사람은 다설(茶說)을 짓기도 하고 여러 수의 다시(茶詩)를 남긴 신헌구(申獻求, 1823-1902)의 별호라고 한다. 옛사람들, ‘’()라 이름하는 풀 하나 놓고도 이렇듯 많은 글을 남겼다. 이 사실 하나는 꼭 말해두고 싶다. 오늘날 사람들보다 옛사람들이 공부를 더 잘했다. 더 열심히 했다.

 

2024년 11월 27일(수)
ⓒ H.M. Han


어제 비가 많이 왔다. 새벽 2시경에 일어나 담배 피우러 바깥에 나갔기에 알았다. 이 글 원문 입력작업을 했다. 다시 잠잤다. 그런데도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일기(日氣)의 변화를 내 몸이 먼저 알아차리는 이런 경험은 낯선 것이 아니다. 남들에게 말한다고 이해하게 할 수도 없는 것이다. 보기에 멀쩡한 내가 26년 동안 지니고 있는 그 병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이른 아침에 깨어 밖에 나가니, 비가 눈으로 바뀌어 있었다. 밤새 많이도 내렸나 보다. 마당이랑 차 위에 수북히 쌓였다. 아마 첫 눈일 것이다. 허나 눈 온다고, 많이 내린다고 좋아할 나이는 지난 지가 오래됐다. 아내의 출근 걱정만 머리속에서 떠올랐다. 아내는 차를 두고 출근했다.

    이 글이 티스토리 오블완 챌린지에 도전하여 쓰는 마지막 글이다. 완주한 것이다. 작심 21일, 스스로 내린 결정에 스스로 발목이 잡혔던 것이다. 시작은 순조로웠으나,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3번의 처가 나들이, 가족 간 블화, 서점 주인에 대해 점점 깊어진 불신, 봉사에 대한 의미의 상실, 새 사람과의 교유, 이종 사촌 형에 대한 실망, 그리고 사흘이 될 뻔한 노상차박, 그리고 목숨을 건 귀가까지. 삶의 의지를 되살려준 고마운 어떤 분과의 만남도 있었다. 글쓸 마음의 여유도, 시간도 없는 나날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한다고 결심하면 기어이 해내고 마는 그런 지독한 사람이다. 그 덕분에, 또는 그 때문에, 옛날의 호사(好事), 학위취득과 교수임용, 그리고 득병, 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귀가한 지 오늘로 8일째다. 예전의 나로 돌아와 있다. 블로그에 글쓰는 작업 외에는 그 전의 일상으로, 삶의 의지를 상실한 채 그렇게 지내고 있다. 이제 다시 귀향할 때가 되었다. 어떤 방식으로 내려갈 것인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거처부터 구하기로 한다. 그곳이 어디일지는 모른다. 하여간 그곳에서도 글쓰는 작업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번 대구에서 생생한 삶의 현장을 보고듣을 것이 많다. 별천지도 봤다. 생각해 볼 거리도 많다. 그 모든 것들이 글감이다. 살아 있는 글감이다. 그렇기에 글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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