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地支)는 자(子)·축(丑)·인(寅)·묘(卯)·진(辰)·사(巳)·오(午)·미(未)·신(申)·유(酉)·술(戌)·해(亥)로 구별한다[支爲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之殊(지위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지수]. 아래에서 지지(地支)의 글자 뜻[자의]을 말하고, 형체(形體)로써 말하고[以形言也(이형언야)], 인가(人家)의 아침과 저녁에 비유하고[比人家之晨昏也(우비인가지신혼야)], 동물에 비유함을 말하며, 고갑자(古甲子)를 말한다. 곤돈(困敦)·적분약(赤奮若)·섭제격(攝提格)·단알(單閼)·집서(執徐)·대황락(大荒落)·돈장(敦牂)·협흡(協洽)·군탄(涒灘)·작악(作噩)·엄무(閹茂)·대연헌(大淵獻)의 열두 가지가 곧 지(支)의 처음 이름이다[困敦赤奮若攝提格單閼執徐大荒落敦牂協洽涒灘作噩閹茂大淵獻十二者(곤돈적분약섭제격단알집서대황락돈장협흡군탄작악엄무대연헌십이자), 卽支之始號也(즉지지시호야)].
1. 지지: 자의
자(子)는 '새끼칠[부지런할] 자(孶)'에서 따온 것이다. 하늘이 열린다[天開於子(천개어자)]는 한밤중 12시에 해당한다. 하나의 양이 처음으로 땅 속에서 꿈틀거리는[一陽始生(일양시생)] 한겨울 11월[冬至(동지)]에 해당한다. 모든 종자(種子)가 고요히[夜陰靜) 새끼치기를 시작하여 종자는 결국 열매를 맺기에 '열매 자'라고도 한다. 자(子)는 형체가 시작됨이요[子形始也(자형시야)], 새로운 뜻이다[新意也(신의야)]. 쥐[鼠(서)]다. 일은 곤돈(困敦)이다. 곤(困)은 궁핍한 뜻이요, 돈(敦)은 소생(蘇生)함으로 향하는 기틀이니, 옛 운(運)이 이미 다하고 새 기틀이 다시 일어남을 말한 것이다[一曰困敦(일왈곤돈). 困(곤), 窮乏之意(궁핍지의), 敦(돈), 向蘇之機也(향소지기야). 言舊運旣窮(언구운기궁), 新機復作也(신기부작야)].
을(丑)은 '맺을[끈] 뉴(紐)'에서 따온 것이다. 땅이 열린다[地開於丑(지개어축)]는 새벽 2시에 해당한다. 자(子)에서 새끼친 종자가 싹으로 맺어져 땅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하는 12월이다. 축(丑)은 기름이요[丑畜養也(축축양야)], 자양(滋養)하여 보전함이다[滋保也(자보야)]. 소[牛(우)]다. 이는 적분약(赤奮若)이다. 적(赤)은 양(陽)의 색깔이요, 분약(奮若)은 떨쳐 일어남이니, 양이 동하는 기틀이 이에 이르러 더욱 분발함을 말한 것이다[二曰赤奮若(이왈적분약). 赤(적), 陽色也(양색야). 奮若(분약), 振起也(진기야). 言陽動之機(언양동지기), 到此益奮也(도차익분야)].
인(寅)은 '인연할[조심할] 인(夤)'에서 따온 것이다. 모든 인연으로 살아간다[人生於寅(인생어인)]는 새벽 4시에 해당한다. 한 해가 시작하는 정월(正月)이다. 사람이 공경하는 마음으로 그날 하루를 맞는다는 뜻에서 '공경할 인'이라 하기도 한다. 인(寅)은 동작함이요[寅動作也(인동작야)], 새벽이다[質明也(질명야)]. 범[虎(호)]이다. 삼은 섭제격(攝提格)이다. 지지(地支)가 제삼에 이르러 형세와 지위가 이미 커져서 마땅히 십이지(十二支)의 추기(樞機)가 될 것이다. 그러니 마침내 섭제(攝提)라는 별이 북두(北斗)의 앞에 있어 12방위(方位)의 중요함을 관장함과 같기에, 섭제격이라고 칭한 것이다[三曰攝提格(삼왈섭제격). 支至第三(지지제삼), 勢位已大(세위이대), 當爲十二支之樞機(당위십이지지추기). 乃與攝提之星(내여섭제지성), 居北斗之前(거북두지전), 管十二次之要者同(관십이차지요자동), 故曰攝提格也고왈섭제격야].
묘(卯)는 '밝을[별자리] 묘(昴)'에서 따온 것이다. 동쪽에 해가 뜨고 만물이 나온다[物生於卯(물생어묘)]는 아침 6시에 해당한다. 달로는 2월이다. 묘(卯)는 밖으로 나오는 것이요[卯出外也(묘출외야)], 문을 여는 것이다[門開也(문개야)]. 토끼[兎(토)]다. 사는 단알(單閼)이다. 단(單)은 쇠하고 박(薄)한 뜻이요, 알(閼)은 아직 통하지 못한 양기(陽氣)이니, 이때에 이르면 남은 음(陰)이 쇠하고 적어지므로 통하지 못하던 양(陽)이 통하려고 하는 것이다[四曰單閼(사왈단알). 單者(단자), 衰薄之意(쇠박지의), 閼(알), 則未通之陽氣也(즉미통지양기야), 至此時(지차시)。餘陰衰薄(여음쇠박)。陽之未通者欲通也(양지미통자욕통야)].
진(辰)은 '진동할[벼락] 진(震)에서 따온 것이다. 만물이 활발하게 움직이는[震動(진동)] 오전 8시에 해당한다. 달로는 춘 3월 호시절(好時節)이다. 진(辰)은 떨쳐 일어남이요[辰振起也(진진기야)], 변화함이다[變化也(변화야)]. 용(龍)이다. 오는 집서(執徐)다. 집(執)은 견고하고 치밀한 뜻이요, 서(徐)는 이끌어 통창(通暢)하게 하는 상(象)이니, 기세가 성하고 자라남을 말한 것이다[五曰執徐(오왈집서). 執(집), 堅緻之意(견치지의), 徐(서), 引暢之象(인창지상), 言其氣勢之盛長也(언기기세지성장야)].
사(巳)는 '공손할[손괘] 손(巽)'에서 따온 것이다. 오전 10시에 해당한다. 달로는 신록의 계절인 4월에 해당한다. 주역에서는 "손(巽)은 바람이니 바람에 흔들리지[風撓(풍요)] 말고 몸[己(기)]과 마음을 공손히[巽(손)] 하고 정결하게 가지라(言萬物之潔齊)" 했다. 사(巳)는 일이 성립됨이요[巳事立也(사사립야)], 일에 종사함이다[事事也(사사야)]. 뱀[蛇(사)]이다. 육은 대황락(大荒落)이다. 대황(大荒)은 변경(邊境)이요, 낙(落)은 이름이니, 기세가 장성(壯盛)하여 교화가 이르지 못하는 곳이 없음을 말한 것이다[六曰大荒落(육왈대황락). 大荒(대황), 邊境也(변경야), 落(락), 至也(지야), 言其氣勢盛壯(언기기세성장), 其化無所不至也(기화무소불지야)].
오(午)는 '한나절[밝을] 오(旿)'에서 따온 것이다. 해가 중천(中天)에 떠 있는 밝은 대낮 12시[正午(정오)]에 해당한다. 때는 한여름 5월[夏至(하지)]이다. 오(午)는 바야흐로 성함이요[午方盛也(오방성야)], 일이 많음이다[殷務也(은무야)]. 말[馬(마)]이다. 칠은 돈장(敦牂)이다. 돈(敦)은 성대함이요, 장(牂)은 해침이니, 모든 기세가 이미 성대함에 이르면 반드시 해치고 줄어드는 기미가 있는바, 이때가 바로 그런 때다[七曰敦牂(칠왈돈장). 敦(돈), 盛大也(성대야), 牂(장), 戕也(장야), 凡爲氣勢(범위기세), 旣至盛大(기지성대), 則必有戕損之幾(즉필유장손지기), 此卽其辰也(차즉기진야)].
미(未)는 '맛 미(味)'자에서 따온 것이다. 오후 2시에 해당한다. 달로는 6월이 되니, 이제 만물이 맛이 나기 시작한다. 미(未)는 도탑게 기름이요[未敦育也(미돈육야)], 진실함을 지극히 함이다[致實也(치실야)]. 양(羊)이다. 팔은 협흡(協洽)이다. 협(協)은 화하고 고름이요, 흡(洽)은 충족함이니, 노양(老陽)이 바야흐로 창성하고 작은 음이 숨어 있어서 온갖 구역이 화합하여 대화(大和)가 흡족한 시절임을 말한 것이다. [八曰協洽(팔왈협흡). 協(협), 和均也(화균야), 洽(흡), 充足也(충족야), 言其老陽方昌(언기로양방창), 微陰伏藏(미음복장), 萬區協和(만구협화), 大和充洽之節也(대화충흡지절야)].
신(申)은 '펼 신(伸)에서 따온 것이다. 오후 4시에 해당한다. 가을이 시작되는 7월이다. 만물이 활짝 편다[伸張(신장)]. 신(申)은 거듭함을 지극히 함이요[申致重也(신치중야)], 더욱 힘씀이다[加勉也(가면야)]. 원숭이[猴(후)/猿(원)猨(원)]다. 구는 군탄(涒灘)이다. 군(涒)은 물이 깊고 넓은 것이요, 탄(灘)은 물이 그치지 않는 것이다. 십이지가 협화(協和)함에 이르고 또 금(金)으로써 이으니, 마치 물이 이미 깊고 넓은데 또다시 쉬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다. [九曰涒灘(구왈군탄). 涒(군), 水深闊也(수심활야), 灘(탄), 水不息也(수불식야). 支到協和(지도협화), 又繼以金(우계이금), 有如水旣深闊(유여수기심활), 又復不息也(우부불식야)].
유(酉)는 '횃불 켜고 천제 지낼 유(槱)'에서 따온 것이다. 해지는 오후 6시에 해당한다. 한가을 8월이다. 어두운 초저녁[酉時(유시)]에 횃불을 켜고 가을 햇곡식으로 천제를 지낸다는 중추가절(仲秋佳節)이다. 유(酉)는 거둠이요[酉收斂也(유수렴야)], 문을 닫음이다[門閉也(문폐야)]. 닭[鷄(계)]이다. 십은 작악(作噩)이다. 작(作)은 성취함이요, 악(噩)은 엄하고 긴(緊)함이니, 물건이 모두 견고하고 진실해서 각각 성명(性命)을 정함을 말한 것이다[十曰作噩(십왈작악). 作(작), 成就也(성취야), 噩嚴緊也(악엄긴야), 言其物皆堅實(언기물개견실), 各定性命也(각정성명야)].
술(戌)은 '없을[업신여길] 멸(蔑)'에서 따온 것이다. 오후 8시에 해당한다. 낙엽이 지는 9월이다. 이때가 되면 만물이 모두 탈락하고 없어진다는 뜻이다. 술(戌)은 감추어 은밀하게 함이요[戌藏密也(술장밀야)], 계엄(戒嚴)함이다[戒嚴也(계엄야)]. 개[狗(구)]다. 십일은 엄무(閹茂)다. 엄(閹)은 거두어 닫음이요, 무(茂)는 번화(繁華)함이니, 번화한 것이 탈락되어 물건의 빛이 어두워짐을 말한 것이다[十一曰閹茂(십일왈엄무). 閹(엄), 收閉也수폐야, 茂(무), 繁華也(번화야), 言其脫落繁華(언기탈락번화), 物色閹然也(물색엄연야)].
해(亥)는 '씨 핵(核)'에서 온 것이다. 밤 10시에 해당한다. 음이 왕성한 10월이다. 해(亥)는 고요함이 지극한 것이요[亥靜極也(해정극야)], 견고히 감추는 것이다[藏固也(장고야)]. 돼지[猪(저)]다. 십이는 대연헌(大淵獻)이다. 대연(大淵)은 물이 모인 것이요, 헌(獻)은 받들어 올림이니, 금(金)이 반드시 물을 낳아서 한 해의 공을 마침을 말한 것이다[十二曰大淵獻(십이왈대연헌). 大淵(대연), 水之瀦也(수지저야), 獻(헌), 奉進也(봉진야), 言其金必生水(언기금필생수), 以終歲功也(이종세공야)].
술(戌)에서 없어진[蔑(멸)] 만물이 다시 해(亥)에서 씨[核(핵)]가 생기는 것이니, 12지(支)의 끝인 해(亥)에서 씨가 생겨[核(핵)], 12지(支)의 처음인 자(子)에서 다시 새끼치는[孶(자)] 것이다. 주역에서 종즉유시(終則有始), 곧 끝나면 다시 시작하는 이치요, 또 한 해의 끝인 겨울 속에서 한 해의 시작인 봄이 나오는 이치다.
지지(地支) 속에 천간(天干)이 들어 있다는 지장간(地藏干)에는, 지지의 해(亥) 속에 천간의 처음인 갑목(甲木)의 씨가 들어 있다[亥中甲木(해중갑목)]. 갑목의 해(亥)를 무토(戊土) 속에 붓고[亥中生土(해중생토)] 임수(壬水)로 임신하여[亥中壬水(해중임수)] 자(子)에서 낳는 것이다. 자(子)씨와 해(亥)씨를 합하면, '어릴[어린아이] 해(孩)'자가 된다. 해(亥)는 종(終)이요, 자(子)는 시(始)다.
2. 지지: 음양오행과 상생상극
천간(天干)에 칠충육합(七沖六合)이 있다면, 지지(地支)에는 육합칠충(六合七沖)이 있다. 지지(地支)의 육합(六合)은 자축합토(子丑合土), 인해합목(寅亥合木), 묘술합화(卯戌合火), 진유합금(辰酉合金), 사신합수(巳申合水), 오미합정(午未合精)[오미합을 일월합(日月合)함]이다. 칠충(七沖)은 자오상충(子午相沖), 축미상충(丑未相沖), 인신상충(寅申相沖), 묘유상충(卯酉相沖), 진술상충(辰戌相沖), 사해상충(巳亥相沖)이다. 또, 삼합(三合)도 있다. 정방위에 속하는 자(子)·오(午)·묘(卯)·유(酉)가 수화목금의 중심이 되고, 삼각관계를 이루는 나머지, 곧 신(申)·자(子)·진(辰) 합생수(合生水)[水局(수국)], 사(巳)·유(酉)·축(丑) 합생금(合生金)[金局(금국)], 인(寅)·오(午)·술(戌) 합생화(合生火)[火局(화국)], 해(亥)·묘(卯)·미(未) 합생목(合生木)[木局(목국)]을 거느리는 것을 말한다.
지지(地支) 중에는 살(殺)이 있다. 상충살(相沖殺)과 함께 원진살(怨嗔殺)이 있다. [1] 자(子)와 미(未)의 서기양두각(鼠忌羊頭角) 원진은 쥐가 염소뿔을 미워한다는 것이다. [2] 축(丑)과 오(午)의 우진마불경(牛嗔馬不耕) 원진은 소를 말과 같이 부릴 때, 열심히 일하는 소가 놀려고만 하는 말의 게으름을 미워한다는 것이다. [3] 인(寅)과 유(酉)의 호증신계명(虎憎晨鷄鳴) 원진은 밤새 날뛰던 범이 닭이 울면 날이 밝아지기에 깊이 숨어야 해서 닭이 우는 것을 미워한다는 것이다. [4] 묘(卯)와 신(申)의 토원후불평(兎怨猴不平) 원진은 원숭이가 재주를 부리는 것을 토끼가 싫어한다는 것이다. [5] 진(辰)과 해(亥)의 용혐저면흑(龍嫌猪面黑) 원진은 용이 돼지[의 얼굴]를 검어 미워한다는 것이다. [6] 사(巳)와 술(戌)의 사경견폐성(蛇驚犬吠聲) 원진은 개짖는 소리를 뱀이 싫어하고 뱀 지나가는 것을 개가 싫어한다는 것이다.
2023년 12월 12일(화)
ⓒ H.M. Han
[補1] 앞의 글 " 천간"과 이 글 "지지"의 출처는 이렇다. 장현광(張顯光, 1554-1637)의 문집 ≪여헌선생속집≫ 제6권 <잡저>(雜著) "구설"(究說)에 보인다. 한글역문(성백효, 1996)과 원문 모두 한국고전번역원에서 가져와 조금 고치고 재배열한 것이다. 나머지는 ≪대산주역강의≫ (김석진, 1999)에서 발췌한 것이다.
[補2] 12지(支)의 동물을 홀짝수로 배치한 이유는 이렇다. 쥐[子]는 발톱이 아홉이니 양수로 첫 번째 양자리에 놓고, 소[丑]는 발가락이 둘로 나뉘어 음수로 두 번째 음자리에 놓고, 범[寅]은 발가락이 다섯이니 양수로 세 번째에 놓고, 토끼[卯]는 발가락이 넷이니 음수로 네 번에째 놓고, 용[辰]은 발가락이 다섯이니 양수로 다섯 번째에 놓고, 뱀[巳]은 혓바닥이 둘로 갈라졌으니 음수로 여섯 번째에 놓고, 말[午]은 발굽이 하나로 둥글게 되었으니 양수로 일곱 번째에 놓고, 양[未]은 발굽이 둘로 쪼개졌으니 음수로 여덟 번째에 놓고, 원숭이[申]는 발톱이 다섯이니 양수로 아홉 번째에 놓고, 닭[酉]은 발가락이 넷이니 음수로 열 번째에 놓고, 개[戌]는 발가락이 다섯이니 양수로 열한 번째에 놓고, 돼지[亥]는 발굽이 양분되었으니 음수로 열두 번째에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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