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간(天干)은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기(己)·경(庚)·신(辛)·임(壬)·계(癸)로 구별한다[干爲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之別(천위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지별)]. 아래에서 천간(天干)의 글자 뜻[자의]을 말하고, 기(氣)로써 말하고[以氣言也(이기언야)], 식물의 낳고 자람에 비유하고(比植物之生長也(차식물지생장야), ≪군서고이≫(群書考異)의 동물 비유함을 말하며, 고갑자(古甲子)를 말한다. 알봉(閼逢)·전몽(旃蒙)·유조(柔兆)·강어(强圉)·저옹(著雍)·도유(屠維)·상장(上章)·중광(重光)·현익(玄黓)·소양(昭陽)의 열 가지가 곧 간(干)의 처음 이름이다[閼逢旃蒙柔兆强圉著雍屠維上章重光玄黓昭陽十者(알봉전몽유조강어저옹도유상장중광현익소양십자), 卽干之始號也(즉천지시호야)].
1. 천간: 자의
갑(甲)은 '상자 압(匣)'자에서 따온 것이다. 갑의 뿌리를 땅 속에 감추어둔다는 뜻이다. 밭 한 가운데에 씨를 뿌리면[田(전)], '갑옷 갑'자가 되어 땅 밑으로 뿌리를 내린다(甲)는 뜻이다. 갑(甲)은 기운이 시작함이요[甲氣始也(갑기시야)], 씨앗이 터져 싹이 나옴이다[種坼而芽萌也(종탁이아맹야)]. 여우[孤(고)]다. 일은 알봉(閼逢)이다. 알(閼)은 기운이 처음 발하여 통하지 못한 것이요, 봉(逢)은 때를 잃지 않은 것이니, 이 기운이 비록 미미하나 때를 잃지는 않았음을 말한 것이다[一曰閼逢(일왈알봉). 閼(알), 氣始發而未通也(기시발이미통야). 逢(봉), 不失時也(불실시야). 言是氣雖微(언시기수미), 而時則不失也(이시즉불실야)].
을(乙)은 '싹날 얼(櫱)'자에서 따온 것이다. 뿌리를 내린 갑(甲)이 꼬불꼬불(乙乙) 싹이 나오기 때문이다. 꼬불꼬불[曲櫱(곡얼)] 싹이 돋아난다는 뜻이다. 을(乙)은 기운이 아직 발하지 못한 것이요[乙未發也(을미발야)], 싹이 굽은 채로 아직 나오지 못한 것이다[芽屈而未生也(아굴이미생야)]. 담비[貂(초)]다. 이는 전몽(旃蒙)이다. 전(旃)은 기운이 조금 드러난 것이요, 몽(蒙)은 밝지 못한 것이니, 이 기운이 조금 드러났으나 아직 밝음에 미치지 못함을 말한 것이다[二曰旃蒙(이왈전몽). 旃 (전), 氣稍著也(기초저야). 蒙(몽), 未明也(미명야). 言是氣稍著(언시기초저), 而猶未及明也(이유미급명야)].
병(丙)은 '빛날 병(炳)'자에서 따온 것이다. 싹이 터 나온 것이 밝게 빛난다는 것이니, 완전히[炳然] 몸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병(丙)은 더욱 밝아짐이요[丙轉明也(병전명야)], 처음 나와 드러남이다[始出而呈見也(시출이정견야)]. 사슴[鹿(록)]이다. 삼은 유조(柔兆)다. 유(柔)는 기운이 견고하게 정해지지 못한 것이요, 조(兆)는 처음 징험하여 가리켜 말할 수 있는 것이니, 이 기운이 비록 견고하게 정해지지는 못하나 조짐을 보아 징험할 수 있음을 말한 것이다[三曰柔兆(삼왈유조). 柔(유), 氣未堅定也(기미견정야). 兆(조), 始可驗指也(시가험지야). 言是氣雖未堅定(언시기수미견정), 而兆可覩驗也(이조가도험야)].
정(丁)은 '장정 정(丁)'자 그대로 놓은 것이다. 몸을 드러낸 생물이 정녕(丁寧)하고 장실(壯實)하다 것이니, 곧 실하고 분명해진다는 뜻이다. 정(丁)은 형통하여 장성함이요 [丁亨壯也(정형장야)], 줄기가 생겨 자람이다[莖作而充長也(경작이충장야)]. 노루[獐(장)]다. 사는 강어(强圉)다. 강(强)은 기운이 비로소 견고하게 정해진 것이요, 어(圉)는 이미 범위가 있는 것이니, 이 기운이 이미 견고하게 정해져서 바야흐로 역량(力量)이 있음을 말한 것이다[四曰强圉(사왈강어). 强(강), 則氣始堅定也(즉기시견정야). 圉(어), 已有範圉也(이유범어야). 言是氣旣就堅定(언시기기취견정), 而方有力量也(이방유역량야)].
무(戊)는 '성할 무(茂)'자에서 따온 것이다. 정실해진 물건이 아름답고 무성하다는 것이니, 아름답고 무성하게[茂遂] 자란다는 뜻이다. 무(戊)는 깊고 후함이요[戊深厚也(무심후야)], 가지와 잎이 빽빽함이다[枝葉之密比也(지엽지밀비야)]. 표범[(豹(표)]이다. 오는 저옹(著雍)이다. 저(著)는 기운이 근기(根基)가 있는 것이요, 옹(雍)은 충후(充厚)함이니, 이 기운이 이미 완고(完固)함에 이르러 바야흐로 장차 충후해짐을 말한 것이다[五曰著雍(오왈저옹). 著(저), 氣有根基也(기유근기야). 雍(옹), 充厚也(충후야). 言是氣已及完固(언시기이급완고), 方將充厚也(방장충후야).].
기(己)는 '일어날 기(起)'자에서 따온 것이다. 무성하게 자란 물건이 자기 몸을 완전히 일으킨다는 것이니, 자기 몸이 완전히 성립[起立]했다는 뜻이다. 기(己)는 완전하고 진실함이요[己完實也(기완실야)], 줄기가 견고하고 가지가 정해짐이다[榦固而卉定也(간고이훼정야)]. 원숭이[猿(원)]다. 육은 도유(屠維)다. 도(屠)는 기운이 비로소 꽉 찬 것이요, 유(維)는 사방(四方)의 귀퉁이이니, 기운이 바야흐로 꽉 차서 사방의 귀퉁이에 두루 가득해짐을 말한 것이다[六曰屠維(육왈도유). 屠(도), 氣始塡塞也(기시전새야). 維(유), 四隅也(사우야). 言氣方塡塞(언기방전색), 遍滿四隅也(편만사우야)].
경(庚)은 '고칠 갱(更)'자에서 따온 것이다. 성숙해진 생물이 모습을 고친다는 것이니, 정기를 견고하게 수렴(收斂)하여 열매를 맺는다[庚]는 뜻이다. 경(庚)은 이로움을 이룬 것이요[庚遂利也(경수리야)], 물건이 견고해져 열매로 향하는 것이다[物堅而向實也(물견이향실야)]. 까마귀[烏(오)]다. 칠은 상장(上章)이다. 상(上)은 성함이 지극한 뜻이요, 장(章)은 공(功)이 이루어져 밝은 것이니, 이 기운이 성하고 지극해서 공이 이루어지고 교화가 이루어짐을 말한 것이다[七曰上章(칠왈상장). 上(상), 盛極之意(성극지의). 章(장), 功就章成也(공취장성야). 言是氣盛極(언시기성극), 功就化成也(공취화성야)].
신(辛)은 '새 신(新)'자에서 따온 것이다. 경(庚)으로 모습이 고쳐진 생물이 열매를 맺어 완전히 새로워진다는 것이니, 새롭게 이루었다[辛者, 新也(신자, 신야)]는 뜻이다. 신(辛)은 정(精)함을 지극히 함이요[辛致精也(신치정야)], 열매가 이루어져 맛이 생기는 것이다[實成而味就也(실성이미취야)]. 꿩[雉(치)]이다. 팔은 중광(重光)이다. 중(重)은 미루어 지극히 하는 뜻이요, 광(光)은 밝음이 더욱 드러난 것이니, 이 기운이 단지 밝을 뿐만 아니라 또 더욱 발양(發揚)됨을 말한 것이다[八曰重光(팔왈중광). 重(중), 推致之意(추치지의). 光(광), 章之益揚也(장지익양야). 言是氣不但章明(언시기불단장명), 而又加發越也(이우가발월야)].
임(壬)은 '애밸 임(妊)'자에서 따온 것이다. 모든 생물이 임(壬)의 수액[精液(정액)]으로 포태[妊娠(임신)]한다는 뜻이다. 임(壬)은 그쳐 묶음이요[壬止束也(임지속야)], 낟알이 나누어져 씨가 생기는 것이다[顆分而子孕也(과분이자잉야)]. 제비[燕(연)]다. 구는 현익(玄黓)이다. 현(玄)은 기운이 십분(十分)에 이른 것이요, 익(黓)은 어둠이니, 기운이 극도로 가득 차서 빛이 없음을 말한 것이다[九曰玄黓(구왈현익). 玄(현), 氣到十分也(기도십분야). 黓(익), 晦暗也(회암야). 言氣滿極(언기만극), 而無有光景也(이무유광경야)].
계(癸)는 '헤아릴 규(揆)'자에서 따온 것이다. 헤아리고 분별한다는 것이니, 임수(壬水)로 남녀(동물로는 암수)로 분별[揆度(규탁)]한다는 뜻이다. 계(癸)는 마침을 이룸이요[癸成終也(계성종야)], 물이 다하여 나무가 되는 것이다[水盡而爲木也(수진이위목야)]. 독사/살무사[蝮(복)]다. 십은 소양(昭陽)이다. 소(昭)는 밝음이 나타나는 뜻이요, 양(陽)은 자라나는 양이니, 이미 회복한 양이 이에 이르러 더욱 밝아짐을 말한 것이다[十曰昭陽(십왈소양). 昭(소), 明發之意(명발지의). 陽(양), 向長之陽也(향장지양야). 言旣復之陽(언기부지양), 抵此益昭也(저차익소야)].
임신이 되지 않으면 생물이 나올 수 없는 것처럼, 갑을(甲乙)의 목(木)이 나오는 것은 임계(壬癸)의 수분을 받아 잉태하기 때문이다. 천간에서 갑을(甲乙)을 먼저 놓고 임계(壬癸)를 뒤에 놓은 것은 한 해의 시작인 봄[春(춘)]이 겨울[冬(동)] 땅 속에 잉태해 있다가 땅 밖으로 나와 비로소 한 해를 시작하는 것이니, 주역에서 말하는 "마치면 다시 시작함"[終則有始(종즉유시)]의 뜻을 지닌다.
2. 천간: 음양오행과 상생상극
갑을(甲乙)은 나무[木(목)]다. 갑(甲)은 양목(陽木), 을(乙)은 음목(陰木)이다. 방위는 동(東)이다. 병정(丙丁)은 불[화(火)]이다. 병(丙)은 양화(陽火), 정(丁)은 음화(陰火)이다. 방위는 남(南)이다. 무기(戊己)는 흙[토(土)]이다. 무(戊)는 양토(陽土), 기(己)는 음토(陰土)다. 방위는 중앙(中央)이다. 경신(庚辛)은 쇠[금(金)]다. 경(庚)은 양금(陽金)이고, 신(辛)은 음금(陰金)이다. 방위는 서(西)다. 임계(壬癸)는 물[수(水)]이다. 임(壬)은 양수(陽水), 계(癸)는 음수(陰水)다. 방위는 북(北)이다.
동방의 나무[목(木)] 곧 "갑을"(甲乙)은 남방의 불[화(火)]를 생(生)한다[木生火(목생화)]. 남방의 불[화(火)] 곧 "병정"(丙丁)은 중앙의 흙[토(土)]를 생(生)한다[火生土(화생토)]. 중앙의 흙[토(土)] 곧 "무기"(戊己)는 서방의 쇠[금(金)]를 생(生)한다[土生金(토생금)]. 서방의 쇠[금(金)] 곧 "경신"(庚辛)은 북방의 물[수(水)]을 생(生)한다[金生水(금생수)]. 북방의 물[수(水)] 곧 "임계"(壬癸)는 동방의 나무[목(木)]을 생(生)한다[水生木(수생목)].
이를 다시 말하면, 동방의 나무[갑을(甲乙)]가 남방의 불[병정(丙丁)] 기운으로 성장하고, 중앙의 흙[무기(戊己)] 기운으로 가지를 뻗고, 서방의 쇠[경신(庚辛)] 기운으로 열매를 맺고, 그 열매는 북방의 물[임계(壬癸)] 기운으로 맛이 생기며, 이 물은 다시 나무[갑을(甲乙)]를 낳게 하는 것이다. 오행(五行) 상생(相生)의 이치다.
나무[갑을(甲乙)]는 흙[土]을 이겨[극(克)] 그 흙에 뿌리를 내리고[木克土(목극토)], 흙[무기(戊己)]은 물[水]을 이겨[극(克)] 그 흐름을 막고[土克水(토극수)], 물[임계(壬癸)]은 불[火]를 이겨[극(克)] 그 불을 끄고[水克火(수극화)], 불[병정(丙丁)]은 쇠[金]를 이겨[극(克)] 그 쇠를 녹이고[火克金(화극금)], 쇠[경신(庚辛)]는 나무[木]을 이겨[극(克)] 그 나무를 벤다[金克木(생금목)]. 오행(五行) 상극(相克)의 이치다. 세상 만물은 생(生)하기만 해도 안 되고, 극(克)하기만 해도 안 된다. 생하면 극하고, 극하면 생하는 가운데 변화를 이룬다.
천간에는 "상충"(相沖)과 "상합"(合)이 있다. "충"(沖)이란 음과 음 사이, 양과 양 사이에서 충하는 것이고, "합"(合)이란 음과 양이 합하는 것이다. "칠충육합"(七沖六合)이라 한다. 일곱 번째에 가서 충한다 하여 "칠충"이라 한다[갑경상충(甲庚相沖), 을신상충(乙辛相沖), 병임상충(丙壬相沖), 정계상충(丁癸相沖), 술기상충(戌己相沖)], 여섯 번째에 가서 합한다 하여 "육합"이라 한다[갑기상합(甲己相合), 을경상합(乙庚相合), 병신상합(丙辛相合), 정임상합(丁壬相合), 술계상합(戌癸相合)].
갑(甲)과 기(己)가 합하여 흙[무토(戊土)]이 나오고[甲己合生土(갑기합생토)], 을(乙)과 경(庚)이 합하여 쇠[경금(庚金)]가 나오고[乙庚合生金(을경합생금)], 병(丙)과 신(辛)이 합하여 물[임수(壬수)]이 나오고[丙辛合生水(병신합생수)], 정(丁)과 임(壬)이 합하여 나무[갑목(甲木)]가 나오고[丁壬合生木(정임합생목)], 술(戌)과 계(癸)가 합하여 불[병화(丙火)]이 나온다[戌癸合生火(술계합생화)].
2023년 12월 11일(월)
ⓒ H.M. Han
[補] "시두법"(時頭法)란 것이 있다. 갑(甲)일과 기(己)일은 갑자시로부터 시작되는 것을 말한다. 하루는 12시이기에 5일마다 60일을 이룬다. 갑을병정무 5일을 지난 다음 기(己)일도 갑(甲)일처럼 갑자시가 그 머리가 된다. "甲己夜半(갑기야반), 生甲子(생갑자)", "乙庚夜半(을경야반), 生丙子(생병자)", "丙辛夜半(병신야반), 生戊子(생무자)", "丁壬夜半(정임야반), 生庚子(생경자)", "戊癸夜半(정임야반), 生壬子(생경자)"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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