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charset="UTF-8"> [6] 엄마, 그리고 시 한 수와 노래 한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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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서(抄書): 베낀 남의 글

[6] 엄마, 그리고 시 한 수와 노래 한 곡

by I'mFreeman 2023. 11. 12.

인연설

 

작자 미상

 

1.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표정은 이별의 시점입니다

떠날 때 우는 것은 잊지 못하는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2. 

함께 영원히 있을 수 없음을 슬퍼하지 말고

잠시라도 같이 있을 수 있을 수 있음을 기뻐하고

더 좋아해주지 않음에 노여워 말고

이만큼 좋아해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고 원망치 말고

애처롭지만 사랑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줄 수 없음에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그의 기쁨으로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알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게

나는 그렇게 당신을 사랑하렵니다

 

3.

세상 사람들은 참 어리석습니다

그리고 눈이 너무 어둡습니다

그것을 생각할 때 스스로 우서워집니다

세상 사람들은 먼 먼 더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나 가까운 것은 벌써 가까운 것이 아니며

멀다는 것 또한 먼 것이 아닙니다

참으로 가까운 것은 먼 곳에만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또한 먼 곳도 가까운 것도 아닌

영원히 가까움인 줄 세상 사람들은 모르고 있습니다

말이 없다는 것은 더 많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말이 많다는 것은 더 많은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인사를 한다는 것은 벌써 인사가 아닙니다

참으로 인사를 하고 싶을 땐 인사를 못합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큰 인사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사랑하고 있는 사람 앞에선 사랑하고 있다는 말을 안 합니다

안 한다는 것이 아니라 못한다는 것이 사랑의 진리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땐 잊는다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뒤돌아 보지 않는 것은 너무도 헤어지기 싫은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함께 있는 것입니다

 


 

 

시오리 솔밭길

 

가수: 진송남 부부 [앨범 "내 좋은 사람"]

 

솔바람소리에 잠이 깨이면

어머니 손을 잡고 따라나선 시오리길

학교 가는 솔밭길은 멀고 험하여도

투정 없이 다니던 꿈같은 세월이여

어린 나의 졸업식날 홀어머니

내 손목을 부여잡고 슬피 우셨소

산새들 소리에 날이 밝으면

어머니 손을 잡고 따라나선 시오리길

 


 

위의 시 한 편과 아래의 노래 한 곡을 알게 된 것은 몇 해 전 어머니를 통해서다. 시와 한자와 노래를 좋아하셨다. 만해 한용운 대선사의 시에 "인연설"이란 시가 있다고 하셨다. 집에 있는 만해선사의 시집 ≪님의 침묵≫에서 찾아보았는데 이 시가 그 시집에 실려 있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위의 시 1과 2를 찾아 컴퓨터로 입력하고 종이에 출력하여 벽에 붙여 드렸다. 이 시 낭송을 참 잘하셨다. 이 글이 만해선사의 글이 아니라고 한다. 작자 미상의 시라 한다. 이를 바로잡을 필요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내게는 그저 어머니가 낭송을 잘 하신 시일 뿐이다. 그리고 참으로 아름답고 진정한 사랑을 노래한 것에 그 의미를 둔다.

 

또 다른 날, 제목은 말씀하지 않고 노랫말을 들려주셨다. 이것도 인터넷으로 찾아 보니 제목이 "시오리 솔밭길"임을 알게 되었다. 유튜브로 노래를 들려드리며 아내와 나도 엄마랑 따라 불러보았다. 며칠 전 지도교수님이 보내주신 글이 "오솔길"을 걸으며 이런저런 것을 보고 생각하여 쓰신 시였다. 이 시를 읽으며, 이 노래가 생각났다. 참으로 가슴 찡하고, 눈에서 눈물이 난다. 이 노랫말의 어머니가 곧 내 어머니처럼 느껴졌어였다.

 

내가 병들었을 때, 어머니는 대구에서 울산에 있는 한마음선원까지 나를 위해 다니셨다. 한참 뒤에 대구에도 선원이 생겨 그곳을 열심히 다니셨다. 그 선원을 이끄시던 스님이 열반에 드시고 난 뒤 이러저런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 어머니는 다른 몇 분과 함께 팔공산 도림사로 옮기셨다. 열심히 다니셨다. 집안에 좋지 않게 돌아가신 분이 많아서 내가 병들었다고 믿고 천도제를 많이 올렸다. 위폐 봉안도 많이 해 놓으셨다. 그렇게 어머니는 나로 인하여 재가불자(在家佛者)가 되신 것이다.

 

어머니를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프다. 남편을 잘못 만나 참으로 어렵고 험하게 사셔야 했다. 홀로 바느질, 양장 일하여 내 뒷바라지하고 대학 공부시켜야 했다. 딸 둘을 먼저 보내야 했다. 이렇듯 가슴 아픈 사연들이 정말 너무도 많다. 지금 어머니는 요양원에 계신다. 한 동안 우리 집에서 모셨다. 그러다 더 이상 우리 집에서 모실 수가 없었다. 내가 감당해내지 못했다. 그나마 모시고 살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아내 덕이다. 목욕하는 것까지 아내가 맡아 했다.

 

아내는 얼마 전에도 내가 도와주면 어머니를 집으로 모셔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내 마음일 뿐, 여전히 자신이 없었고, 지금도 그렇다. 그곳에 계시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고 합리화한다. 실로 더 낫다. 부모의 마음[親心(친심)]과 자식의 마음[子心(자심)]이 이렇게 다르다. 사랑은 내리사랑이란 말이 딱 맞다. 어머니는 나를 위한 것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다 해내셨지만, 자식인 나는 내 몸의 형편부터 생각하는 것이다. 불효하는 아들이다. 뵐 수 있는 만큼 뵈러 갈 뿐이다. 갈 때마다 우리 아이들이 동행해주니 고마울 뿐이다. 내 어머니의 복(福)됨이다. 여생이 조금이라도 더 편안해지길 진실로 바랄 뿐이다.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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