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줄은 알았지만 문만 보고 가보지 않은 곳이 있었다. 오늘 그곳에 가보기로 했다. 두류산(頭流山)에 있는 절이다. 금룡사(金龍寺)라는 이름은 처음 안 것 같다. 조계종 제9교구 소속이니 동화사 말사일 것이다. 높은 계단을 올라가니, 아담하지만 정갈한 경내가 보였다.
대웅전은 더 높이 있고 아래 왼쪽에 스님들 거처가, 오른쪽에는 종무 보는 곳 겸 재가불자들이 쉬다 가는 곳 또는 사무실 같은 것이 있었다. 당간 지주에 적허 있는 주련 글씨를 읽었다. 그리고 열심히 옮겼다. 사진 대신으로 이렇게 한 건 처음인 것 같다. 그 많은 절에 가보고도 무슨 바쁜 일 있다고 그랬을까. 하여간 오늘은 혼자니 그럴 만한 여유/여가가 있었다. 각각 이렇게 적혀 있었다.
天上天下無如佛(천상천하무여불)
十方世界亦無比(시방세계역무비)
世間所有我盡見(세간소유아진견)
一切無有如佛者(일체무유여불자)
하늘 아래 하늘 위 부처님 같은 분 없으시네
온 시방세계 둘러보아도 견줄만한 이없고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을 내가 다 보았지만
부처님 같이 존귀한 분 찾을 수가 없네
이 글이 동화사에는 주련에 쓰여 있다고 한다. 이 글에 있는 "내"가 누구를 말하는 걸까. 여러 곳을 검색해 봐도 알 수 없었다.
古佛未生前(고불미생전)
凝然一相圓(응연일상원) 이 절에는 圓 대신 ○
釋迦猶未會(석가유미회)
迦葉豈能傳(가섭기능전)
옛 부처님 오시기 전에
응연하게 한 상은 둥글었네
석가모니 부처님도 알지 못하는 걸
어찌 가섭이 능히 전할까
고려 때 자각(慈覺) 국사가 처음 말한 글이라고 한다. 대웅전이 있는 곳으로 올라갔다. 오른편 위에 삼성각이 있었다. 심우도 같은 그림은 없었다. 대웅전 안으로 들어갔다. 가진 현금이 조금밖에 없어 그것만으로 보시하고 부처님께 절을 세 번만 올렸다. 엄마를 위한 나의 소망만 부처님께 마음속으로 말씀드렸다. 밖으로 나와서 주련 글을 읽고 여기에 옯겼다.
佛身普編十方中(불신보편시방중)
三世如來一切同(삼세여래일체동)
廣大願雲恒不盡(광대원운항부진)
汪洋覺海渺難窮(왕양각해묘난궁)
부처님께서 시방세계에 두루 계셔서
시방 삼세에 부처님이 모두 같아라
광대무변 발원 구름 끝이 없어라
망망한 깨달음의 바다여 그 뜻이 묘하여 추구하기 어렵네
읽지 못한 한자가 여럿 있어 촬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류도서관에 자전을 갖고 들어갔다. 1층에 족보가 모여 있는 곳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우리 문중은 현 족보 달랑 1권 있고, 청주는 수를 셀 수 없을만큼 많았다. 모두 83권이었다. 대동보, 파보, 옛 방식으로 장정한 것까지. 역시 거대문중임을 실감했다. 빈 자리에 앉아 자전을 찾고 대강 완성했다. 제대로 옮겼다고 자신할 수 없었다. 글자를 확인하고 한문의 뜻을 알려고 검색했다. 이 주련 글이 대부분의 절에 있는 것임을 알았다. 자전으로 채운 글자 중 착간한 것도 있었다. 위의 한문 글은 내가 처음잘못 옮긴 것을 고쳐 바로 집은 것이다. 뜻 풀이는 동화사 등에 올려져 있는 것을 종이에 옮겨 적은 다음 일부 내용만 조금 고친 것이다. 헛고생한 것일까. 이 세상에 공짜가 없는 것처럼, 허사(虛事) 역시 없는 법이다. 50여 일 헌책방 봉사도 내게 큰 인생공부가 되었던 것처럼. 하나 덧붙인다. 도심 속 언덕에 있는 이 절을 조금 머무는 중에 바로 느낀 것이 있었다. 여쭤보니 내 느낌이 사실이었다. 이른바 비구니, 여스님들이 수행하는 곳이다.
2024년 12월 1일(일)
H.M.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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