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charset="UTF-8"> [3] 오서오능과 동물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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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서(抄書): 베낀 남의 글

[3] 오서오능과 동물학교

by I'mFreeman 2023. 10. 26.

[1] 오서오능(鼯鼠五能): 원문

 

정민의 세설신어 [72] 오서오능(鼯鼠五能)


"여러 가지를 조금씩 잘하는 것은 한 가지에 집중하느니만 못하다. 날다람쥐는 다섯 가지 재주가 있어도 기술을 이루지는 못한다." '안씨가훈(顔氏家訓)'에 인용된 말이다. 공영달(孔穎達)은 이렇게 풀이한다. "날 줄 알지만 지붕은 못 넘고, 나무를 올라도 타넘지는 못한다. 수영은 해도 골짜기는 못 건너고, 굴을 파지만 제 몸은 못 감춘다. 달릴 줄 알아도 사람을 앞지를 수는 없다." 오서오능(鼯鼠五能), 즉 날다람쥐의 다섯 가지 재주는 이것저것 하기는 해도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팔방미인(八方美人)과 비슷하다.

누고재(螻蛄才)란 말도 쓴다. 누고(螻蛄)는 땅강아지다. 땅강아지도 날다람쥐의 다섯 가지 재주를 갖추었다. 제법 날줄도 알고 타오르기도 하며 건너가고 땅을 파고 달려가는 재주가 있다. 그런데 요놈도 다 시원찮다. 재주를 갖추었으나 미숙한 상태를 가리킬 때 쓴다.

"말을 많이 하지 말라. 말이 많으면 낭패가 많다. 일을 많이 벌이지 말라. 일이 많으면 근심이 많다." '공자가어(孔子家語)'에 나온다. 이런 말도 했다. "잘 달리는 놈은 날개를 뺏고, 잘 나는 것은 발가락을 줄이며, 뿔이 있는 녀석은 윗니가 없고, 뒷다리가 강한 것은 앞발이 없다. 하늘의 도리는 사물로 하여금 겸하게 하는 법이 없다." 발이 네 개인 짐승에게는 날개가 없다. 새는 날개가 달린 대신 발이 두 개요, 발가락이 세 개다. 소는 윗니가 없다. 토끼는 앞발이 시원찮다. 발 네 개에 날개까지 달리고, 뿔에다 윗니까지 갖춘 동물은 세상에 없다.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못하는 게 없다. 모두들 선망하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다재다능도 전공이 있어야지 오지랖만 넓어 이것저것 집적대면 마침내 큰일은 이룰 수가 없다. 두루춘풍으로 '못하는 게 없어' 하는 소리를 듣는 것은 무능하다는 말과 같다. 이것저것 잘하는 팔방미인(八方美人)보다 한 분야를 제대로 하는 역량이 더 나은 대접을 받는 시대다. 대도무문(大道無門)이라 했다. 한 문으로 들어가 깊이 파면 모든 문이 다 열린다. 공연히 여기저기 기웃대기만 해서는 끝내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다. 균형 잡힌 안목으로 핵심 역량을 길러야 한다. 깊게 파야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우물을 얻는다. 바야흐로 전문가 시대란 말씀.

정민(한양대 교수·고전문학)
ⓒ 조선일보(2010년 9월 16일)

 

 

[2] Animal School(동물학교): 쪽별 원문과 한글역문

 
  1. Once upon a time... 옛날 옛적에...
  2. The animals decided they must do something heroic to meet the problems of a "new world." 동물들은 결정했다. "새로운 세상"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해야만 하는 어떤 대단한 일을 하기로.
  3. So they organized a school. 그리하여 학교를 설립했다.
  4. They adopt an activity curriculum consisting of running, climbing, swimming, and flying. 활동 교육과정을 채택했다. 달리기, 오르기, 헤엄치기, 그리고 날기 과목으로 구성했다.
  5. To make it easier to administer the curriculum, all the animals took all the subjects. 모든 동물이 모든 과목을 배우게 했다. 이 교육과정을 좀 더 쉽게 운영하기 위하여.
  6. The duck was excellent in swimming--in fact, better than his instructor. 오리는 헤엄치기에서 탁월했다. 실상은 선생님보다 더 잘했다.
  7. But he made only passing grades in flying and was very poor in running. 하지만 날기 과목은 겨우 학점을 땄고 달리기는 형편없었다.
  8. Since he was slow in running, he had to stay after school and also drop swimming in order to practice running. 달리기 과목이 부진했기에, 방과 후에 나머지 공부를 해야 했다. 또, 달리기를 연습하기 위해 헤엄치기 과목 수업을 빼먹어야 했다.
  9. This was kept up until his webbed feet were badly worn and he was only average in swimming. But average was acceptable in school, so nobody worried about that except the duck. 물갈퀴가 있는 오리의 발이 심하게 닳을 때까지 이 일이 계속되었다. 그리하여 헤엄치기는 평균에 불과한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평균점수는 학교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기에 아무도 이것을 걱정하지 않았다. 오리 자신 외에는.
  10. The rabbit started at the top of the class in running but had a nervous breakdown because 토끼는 달리기 과목을 시작할 때 그 반에서 최고였다. 하지만 신경이 쇠약해졌다. 그 이유는
  11. of so much make-up work in swimming. 점수를 만회하기 위한 헤엄치기를 너무도 많이 해서다.
  12. The squirrel eas excellent in climbing until he developed frustration in the flying class, where his teacher made him start from the ground up instead of the treetop down. 다람쥐는 오르기에서 탁월했다. 날기 수업 선생님이 나무 위에서 아래로 나는 것을 대신하여 땅에서 위로 날도록 하여 좌절할 때까지는.
  13. He also developed a charley horse from overexertion and then got a C in climging and a D in running. 또, 지나친 노력으로 근육이 경직되었다. 그리하여 오리기에서 C, 달리기에서 D를 받았다.
  14. The wagle was a problem child and was disciplined severely. 독수리는 문제아였다. 그래서 엄한 징계를 받았다.
  15. In the climbing class he beat all the others to the top of the tree but insisted on using his own way to get there. 오르기 수업에서 다른 동물들을 제치고 나무 위로 올라갔지만 그곳에 이르는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했다.
  16. At the end of the year, an abnormal eel that could swim exceedingly well, and also run, climb, and fly a litte, has the highest average, 학년 말이 되었을 때, 이상한 뱀장어가 헤엄치기를 아주 잘할 수 있었고, 또 달리기, 오르기, 날기를 조금씩 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평균점수가 가장 높았고,
  17. and he was valedictorian. 졸업생 대표가 되었다.
  18. The prairie dogs stayed out of school and fought the tax levy because the administration would not add digging and burrowing to the curriculum. 프레리 개들은 학교에 다니지 않고 세금 부과에 맞서 싸웠다. 학교 운영진이 땅 파기와 굴 파기를 교육과정에 넣어주기 않았기 때문이다.
  19. They apprenticed their children to a badger and later joined the ground dogs and gopher to start a successful private school. 개들은 아이들을 오소리에게 보내 도제식 교육을 받게 했다. 그리고 나중에 성공적인 사립학교 운영을 시작하기 위해 땅개와 땅쥐와 합류했다.
  20. Does the fable have a moral? 이 우화에 도덕적 가르침이 있는가?

    위의 두 글은 범주 질서 [10]에서 인용한 글의 원문이다. 신문 기사 하나와 책 한 권이다. 다 쓰지 못한 것을 여기에 간략히 남긴다.

 

    앞의 글, 신문 칼럼에서 책 두 권과 사람 한 명이 인용되었기에, 이를 밝힌다. ≪안씨가훈≫(顔氏家訓)은 중국 육조시대(六朝時代) 학자였던 안지추(顔之推 531-602)가 손들을 위해 세상 살이의 비결을 저술한 책으로 모두 20편이다. 중국 최고의 가훈서라고 한다. 공영달(孔穎達 574-648)은 공자의 31세 손(孫)이다. 당(唐)대의 경학자다. 당 태종의 명을 받들어 편찬한 ≪오경정의≫(五經正義) 등의 저술을 남겼다. ≪공자가어≫(孔子家語)는 공자와 그 제자들의 언행과 사적을 기록한 유학서로, 현재까지 전해진 것은 모두 10권 44편이다. 저자는 공자 문하의 제자들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현재 학계에서는 삼국시대 위나라 학자 왕숙(王肅 195-256)의 위서로 평가하고 있다. 왕숙이 여러 문헌에서 공자에 대한 기록을 뽑아 공자의 11세 손 공안국(孔安國 생몰년 미상)의 이름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뒤의 글을 쓴 사람은 George H. Reavis다. 이것이 책으로 나온 것은 1999년이고 출판사는 Crystal Springs Books다. 표지에는 Char Forsten, Jim Grant, Irv Richardson, 이 세 사람이 서문과 에필로그를 쓴 것으로 되어 있다. Reavis의 글 앞과 뒤에 각각 서문과 에필로그를 붙여 세 사람이 편찬한 것으로 보인다. 저자의 서문은 없다. 편자의 서문(Foreword)과 에필로그(epilogue)는 각각 우리 옛 문집의 서(序)와 발(跋)에 해당하는 것이다. 우리의 옛 방식으로 책을 만든 것이 흥미롭다. 서문에서, 이 책이 맹목적인 개혁정책에 내재하고 있는 위험성에 대한 처음과 끝이 없는(timeless), 곧 초(超)시간적이고 영원한, 그러면서도 적기에 때맞은(tilely 時中) 풍유(諷諭 allegory)라는 것을 독자들이 발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독재 정치의 위험성을 '풍유'한 George Orwell의 소설 ≪동물농장≫(Animal Farm)과 비슷한 제목, 그리고 작자의 이름[名 first name]이 같다는 점 또한 흥미로워 보인다.

 

2023년 10월 26일(목)

ⓒ H.M.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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