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벗은 나무들[裸木], 잡초의 생명력
겨울에 들어서니 나무들마다 옷벗는다
꽃과 열매 떨군 지 오래되었고 이제는
붉디붉던 잎마저 털어 겨울준비가 한창이네
소나무 잣나무를 상록수(常綠樹)라고 누가 그랬나
푸르게 보일 뿐 천천 조금씩 낙엽되니
사람들 보고도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네
땅에 엎드린 저 풀들은 서리맞지도 않는가
온갖 나무 색 달라져 다 떨어져도 이 풀만은
푸른빛깔 그대로네 누가 잡초(雜草)라 하겠는가
2023년 11월 8일(수)
ⓒ H.M. Han
[일기] 오늘 2023년 11월 8일, 절기로는 입동(立冬) 겨울에 들어서는 날이다. 오늘 "사람 기술"(people skill)을 주제로 글 하나 썼다. 딸도 왔고, 딸이 자호한 것을 한자로 적어 뜻풀이를 말로 해주었다. 어제부터 밖을 오가며, 비와 바람 불어 단풍나무, 소나무에서[가] 떨어진[떨군] 낙엽들을 봤다. 아내가 홀로 낙엽들을 쓸어 모아 놓은 것도 봤고, 나무 아래에 있는 잡초들도 보았다. 단풍나무 잎들 나흘만에 거진 다 떨어졌고, 누른 솔잎도 떨어졌다. 세한도에서 말하는 것처럼, 날이 추워져야 상록수가 늘 푸른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잔디밭 곳곳에 바짝 엎드려 있는 풀들은 세찬 바람, 찬 서리에도 푸르기만 하다. 그 강인한 생명력을 보며 그 정신을 배워야 함을 알았다. 잡초의 생명력으로 살아가야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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