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술[people skills]에 대해 글을 쓴다. 이 기술을 대인기술(interpersonal skills)이라고도 말한다. 더 널리 쓰이는 말은 [친]사회기술([pro]social skills)이다. 아이들에게 이 기술을 가르치는 일을 10여 년간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과 함께 한 적이 있다. 사회기술은 특히 특수교육에서 중요한 것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이 기술의 교육에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된 것은 은사님의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Skillsteaming(스킬스트리밍)이란 프로그램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두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나는 직접 교육하는 일 대신에 이 기술을 가르치는 일을 도왔다.
그 일을 돕는 중에 "인적 기술"(people skills를 이렇게 옮긴 것임)이란 말을 신문에서 접했다. "사람이 갖추어야 할 기술" 정도가 되겠지만, 말 그대로 짧게 하여 "사람 기술"이라 하자. 기업경영에서 중요한 것을 소개한 기사였다. 상세한 내용을 알고 싶어 찾아보았다. IBM에서 글로벌 기업 CEO와의 심층면담을 한 결과를 격년으로 발표한 보고서를 찾을 수 있었다. (그 뒤의 보고서는 찾기 어렵다. 이러니, 이런 방식으로 심층면접하여 보고하고 있는지, 그 여부도 알 수 없다.)
이 말을 키워드로 삼아 조금 더 검색해 보았다. 위키피디어(Wikipedia)의 표제어도 있었고, 포브스(Porbes)란 잡지에 "직장에서 성공하는데 필요한 "사람 기술"을 20개 선정하여 소개한 글도 있었다. 그 밖에도 많은 글들이 있었다. 포브스에 실려 있는 기술의 내용을 대략 우리말로 옮겨 수업자료로 사용했다. (이 글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번에 소개하기로 한다.)
어제 다시 검색해 보니, 참으로 많은 글이 있었다. 공개강의 코세라(Coursera)에도 잘 요약한 좋은 글이 있었다. 이 글의 제목은 "직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12개의 사람 기술"(12 People Skills to Succeed at Work)이다. 제목 그대로 직장에서 일을 잘 하는데 필요한 "사람 기술"을 12개로 선정한 글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을 "사람 기술"이라 했다. 소중한 능력이라 했다. 이 기술은 대부분 감정적 요소 또는 사회적 요소의 일부라고 했다. 이 풀이를 감안하면, "사람 기술"이란 말은 심리학보다 경영학(기업경영과 직장생활)에서 즐겨 쓰는 말로 보인다.
이 글은 12개 사람 기술의 목록에서 기술의 이름을 앞에 먼저 두고, 직장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의 예를 셋씩 들어 설명한 것을 뒤에 두었다. 기술의 이름으로 내세운 것은 실상 '능력'(ability/competence)와 같은 것이고, 뒤의 예가 실제로 행동할 수 있는 '기술'(skill)로 보면 될 것이다. 이 글의 전문을 소개한다. 짧은 글이지만, 하나씩 읽어본다.
1.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 자신의 감정과 또는 남의 감정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능력이다. 직장에서 감정을 느끼는 방식을 조절하고, 자기 인식, 공감, 사회기술을 배양할 때와 같이, 감성지능을 더욱 개발하는 것은 중요하다. 감성지능이란 ① 남의 말이나 행동에 반응하기 전에 그 상황에 대해 주의하여 생각하기, ② 남에 대한 평가를 피하기, ③ 모든 사람에게 이득을 안겨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와 같은 것이다.
감성지능을 처음 말한 것은 1964년이지만 대중화된 것은 골먼(Daniel Goldman)의 저서(1995)에서다. 감정에 대한 지적능력이다. 자기 감정의 이해, 자기 감정의 관리, 남의 감정에 대한 이해, 남의 감정에 대한 대처, 이 넷을 말한다. 자기 인식(self-awareness)은 자기가 '또 다른' 자기, 곧 자기 생각이나 감정 등을 생각하는 것이다. 심리학의 용어로 초인지(metacognition)라고 한다. 남에 대한 평가를 되도록 하지 말라는 것이 주목된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2. 의사소통(communication): 직장에서 의사소통은 다양하다. 일련의 글과 말을 하려는 노력과 동료들에게 명쾌하고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에 대한 이해가 주로 포함된다. 전략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은 더 부드러운 상호작용과 더 나은 결과를 이끌어낸다. 의사소통이란 ① 남이 하는 말을 경청하기, ②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질문하기, ③ 메시지를 장황하게 설명하기보다 간결하게 전하기와 같은 것이다.
의사소통은 광의의 개념이다. 언어(말과 글)로 하는 것과 동작 등으로 하는 것으로 나뉘어진다. 경청하기, 질문하기 등과 함께 몸말(body language)을 적절히 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간결히 정리하여 전하기도 중요하다. 쉽지 않은 일이다.
3. 협업(collaboration): 팀웍 또는 협(동작)업은 본질적인 사람 기술이다. 협업은 서로 간에 공유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고, 몇 가지 능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의사소통하기, 책임 설정하기, 전략적으로 시간관리하기 등의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협업이란 ① 모든 사람이 중심적인 목적을 확실히 이해하기, ② 소통의 선호와 방법을 정하기, ③ 동료들이 제가 맡은 부분을 잘할 것으로 믿기와 같은 것이다.
바야흐로, 분업의 시대(division of labors)가 끝나고 협업의 시대다. 협동/협력(cooperation)과 비슷한 말이다. 영어에 labor(일)과 col-(함께)가 있으니, 협업이라 한다. 소통의 방법이 다 다르니 이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갈등이 줄어든다.
4. 적극적 경청(active listen): 직장에서는, 남과 그들이 하는 말을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력한 관계가 구축되도록 촉진할 때 특히 중요한 기술이다. 적극적으로 경청하면서, 시선 맞추기, 사려 깊은 몸말 하기, 남의 말에 초점 맞추기, 연관된 질문하기도 해야 한다. 적극적 경청이란 ① 어떻게 반응할까 생각하기보다 남이 하는 말 그 자체에 집중하기, ② 미소 짓기, 시선 맞추기 또는 고개 끄덕이기 같은 것으로 몰입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③ 남의 말을 자기 말로 바꾸어 말해주고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질문하기와 같은 것이다.
listen이란 말 자체가 경청인데, 적극을 붙여 더 강조했다. 적극적 행동과 함께 경청하는 것이다. 시선 맞춤, 몸말 사용, 연관 질문 등을 통해 경청하고 있음을 알려야 하는 것이다. 남의 말을 듣고 나는 어떻게 말할까 하는 생각보다 그 말에 초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내가 들은 말을 정리해서 내 말로 함으로써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만 불필요한 오해가 없다.
5. 융통성/유연성(flexiblity): 남들과 함께 일할 때, 융통성은 중요하다. 계획이나 프로젝트가 때로 바뀔 때, 융통성은 트랙 안에서 일이 부드럽게 계속 진행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또, 유연성은 과제의 우선 순위를 재조정함을 뜻하기도 한다. 융통성이란 ① 열린 마음으로 일에 접근하기, ② 일이 바뀔 때 평정심을 유지하기, ③ 대안적 계획을 세워 방향을 더 쉽게 전환하기와 같은 것이다.
자기 생각을 고집하지 말라는 것이다. 굳게 고집하면,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 마음이 유연해야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다. 일만이 아니라 소통에서도 마찬가지다. 열려 있는 마음을 가져야 문제를 줄일 수 있다.
6. 지지/지원(supportiveness): 직장에서 남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동료, 팀 구성원 또는 관리자가 되는 것은 관계의 형성과 발전에서 극히 중요하다. 프로젝트를 재조직하여 업무부담을 좀 더 평등하게 배분하는 것과 같이, 격려하는 말이나 도와주는 행동으로 지지/지원할 수 있다. 지지/지원이란 ① 동료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를 그들과 함께 점검하기, ② 남의 관점/시각을 들어보려는 마음이 열려 있는 사람들에게 충고하기, ③ 남의 말을 경청할 때 긍정하기와 같은 것이다.
지지와 지원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지지와 지원이 있으면, 자신감도 생기고 일도 더 잘하게 된다. 충고나 권고는 아무에게 하면 안 된다. 그 말을 들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 마음을 열고 있는 사람에게만 하는 것이다. 마음의 귀를 닫고 있는 사람에게 충고나 권고를 하면, 소통도 되지 않을 뿐더러 불필요한 갈등이 일어난다. 이것으로 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때와 장소, 상대에 알맞아야 하는 것이다.
7. 존중/존경(respetfulness): 직접적인 동료로부터 누구든 만날지도 모르는 외부의 공급자에 이르기까지, 함께 일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것은 더욱 강력하고 더욱 긍정적인 관계로 이어지는 것을 돕는다. 남의 말을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그들의 관점/시각을 존중하는 것은, 항상 그것에 동의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구조화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든다. 존중/존경이란 ①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에 때맞춰 반응하기, ②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기, ③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거나 공격하는 행동을 했다면 사과하기와 같은 것이다.
자신에 대한 존중도 필요하다.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존중받지 못함이란 곧 무시당함이다. 관심받지 못함이다. 관심 이상의 보상이 없고, 무시 이상의 처벌이 없다. 정신분석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사랑의 기술≫(Art of Loving)에서 사랑을 지식, 보살핌, 존중, 책임이라 했다.
8. 인내심/참을성(patience): 참을성은 일할 때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팀과 프로젝트에 좀 더 유연하게 공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참을성을 배양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참지 못함을 느끼는 때와 그 원인이 될만한 것을 인식한 다음, 더 나은 구조, 조직 또는 시간관리를 개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인내심이란 ① 참지 못하게 하는 원인을 알아차리기, ② 통제할 수 없는 것은 내버려두기, ③ 우선 순위를 정하여 데드라인을 더 잘 관리하기와 같은 것이다.
생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남과의 관계 맺음을 '길들임'이라 했다. 길들임은 책임이 따른다. 길들임에서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일과의 관계에서도 참을 줄 알아야 하고,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참을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을 잘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극기복례"(克己復禮), 자기를 이겨 예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다. 자기를 이긴다는 것은 몸의 욕망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다. 참을성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찌할 수 없을 때는 잊으라 했다.
9. (자기)주장(assertiveness): 남들과 함께 일할 때 그 사람을 존중하고 지원하려는 마음을 먹으면, (자기의 생각이나 신념을) 주장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이 기술은 자신감과 평정심의 배양 이상의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남들에게 전략적으로 전달하고 자신의 믿음을 옹호하는 것이다. (자기)주장이란 ① 자신의 생각이 있어 그것을 말할 때, "나는 생각한다" 또는 "나는 믿는다"와 같은 말을 사용하기, ②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 시선을 맞추기, ③ 추가적인 작업 요구에 응할 수 없을 때 "거절의 말"을 하기와 같은 것이다.
한국사람들은 주장과 공격을 혼동하는 때가 많다. 너무 공격적이다. 주장이란 나의 생각이나 신념이나 일하는 방식 등을 주장할 때, 남의 생각이나 신념이나 일하는 방식 등을 침해하거나 간섭해서는 안 된다. 이 둘을 잘 구분해야 한다. 나의 권리를 강조하는 것은 좋지만, 남의 권리를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자기를 주장해야 하는 것이다. '나 메시지'(I message)로 전달함이 중요하다. 쉽지 않지만 연습하면 못할 것이 없다.
10. 협상(negotiation): 남들과 협상할 수 있음은 적극적 경청과 타협을 포함하기에 (자기)주장과 비슷한 점이 있다. 소중한 자산이다. 더 큰 갈등을 피하는데 도움이 되고 가치 있는 문제해결 기술을 사용하는 탁월한 방법이다. 협상이란 ① 명료한 의사소통을 촉진하기 위해 토론을 계속하기, ② 자신의 요구나 목적에 대해 솔직하기, ③ 잠재적인 해결책에 관해 창의적으로 생각하기와 같은 것이다.
협상이란 양쪽 모두 이득이 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받을 것을 받기 위해 줄 것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 'win-win'할 수 있다. 타협안을 찾아내야 한다. 정말 중요한 기술이다. 사업이나 외교 같은 일에서는 자신이 바라는 것을 정직하고 솔직하게 말할 수 없을 때도 많을 것이다. 때로 정직하고 솔직하게 털어놓을 때 협상이 더 쉬워질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생각해낼수록 협상의 여지가 많아진다.
11. 갈등해소(conflict resolution): 남들과 함께 일할 때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남의 말을 경청하고, 그 사람이 말하는 내용을 듣고,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으면, 더 건강하고, 더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관계를 만들 수 있다. 갈등해소란 ① 자신의 감정을 알아내기, ② 남의 관점/시각이 자신과 다를 수 있음을 존중하기, ③ 해결책에 이를 수 없다면 그대로 내버려두기와 같은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사람들이 함께 무엇인가를 할 때 갈등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갈등이 생긴 상황이라면 잘 수습해야 한다. 경청의 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만 해결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똑같은 일이나 똑같은 것을 보더라도 나의 생각과 남의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도 해소할 수 없다면, 일단 물러서야 한다. 시간을 두고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12. 리더십(leadership): 직장에서 역할이 무엇이든, 신입사원이든 관리자이든, 리더십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남들과의 작업을 더 잘하는 것을 돕는다. 리더란 남들이 의지할 수 있고 잘 조직화된 개인이다. 남들의 말을 경청하고 명쾌하고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사람이다. 리더십은 ① 작업과 남들에게 긍정적으로 접근하기, ② 남들과의 소통을 때맞춰 하기, ③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모든 사람이 리더십을 키워야 한다. 모두 주인이 되어야 한다. 남들이 의지할 수 있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이 리더다. 지위의 고하나 근무의 다소 같은 것이 아니다. 진정으로 나를 따르게 하려면,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일이든 사람이든 긍정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 남들의 말을 귀기울여 들어야 한다. 남들이 하는 말에서 행간에 담긴 뜻을 포착하고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 때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런 리더가 필요한 때다.
이렇게 12가지 능력에 36가지 행동기술을 말했다. 이 기술들을 집에서 부모들이 모범을 보여 가르쳐야 한다. 학교에서도 가르쳐야 한다. 이런 행동기술은 시범이나 경험을 통해 학습하고 습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목수로 일하려면, 연장을 잘 다루거나, 좋은 목재를 알아보거나, 나무로 무엇을 잘 만들어낼 줄 알아야 한다. 또, 동료와의 관계, 고객과의 관계에서 '사람 기술'도 필요하고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앞의 것을 '딱딱한 기술'(hard skill)이라 하고, 뒤의 것을 '부드러운 기술'(soft skill)이라 한다. 직장에서 생존 또는 성공하려면, 이 둘이 모두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뒤의 기술이다. 우선 36가지 '부드러운 사람 기술'을 오늘부터 하루 하나씩 실천해보자.
2023년 11월 8일(수)
ⓒ H.M.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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