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호설(號說)
딸아이가 "여름"을 애칭으로 삼겠다고 한다. 성이 한(韓)이니 "한여름"이 되어 부르기도 좋다. 7월 한여름에 이 땅에서 태어났으니 출생월과도 꼭 들어맞다. 여름[夏(하)]은 계절(季節)로는 봄과 가을 사이다. 절기(節氣)로는 입하(立夏)에서 입추(立秋) 사이다. 역경에서는 봄을 원(元)이라 하여 시작함이고, 여름을 형(亨)이라 하여 그 시작된 것의 형통함을 말한다.
한글 여름은 열매에서 왔고, 열매의 열림에서 왔고, 결실의 내면이 열림에서 온 말이다. 앞은 實(실), 뒤의 둘은 開(개)다. 모두 뜻이 좋다. "여름"을 딸아이의 호(號)로 삼을 만하다.
한글 "여름" 두 글자에 한자도 붙여 본다. 이리저리 궁리하고, 이곳저곳에서 찾아본다. "여름"을 "汝凜"나 "汝澟"으로 표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汝"(여)는 "너"라는 뜻이고, "凜"(름)은 "차다", "늠름하다", "의젓하다"는 뜻이고, "澟"(름)은 "서늘하다"는 뜻이다.
汝(여)는 水(물 수)와 女(여자 여)가 합쳐진 글자다. 물은 생명의 원천이다. 여자는 딸아이의 성(性)이 되고, 이름 첫 글자에도 있어 잘 연계된다. 凜(름)은 氷(얼음 빙)에 稟(여쭐/줄 름)이 합쳐진 글자다. 澟(음)은 水(물 수)에 稟이 합쳐진 글자다. 稟(름)은 발음일 뿐이다. 얼음과 물은 참과 서늘함이다. 물과 물로 된 얼음이 더 좋다. "汝凜"으로 정한다.
무덥고 무더운 한여름에 태어났으니, 물과 얼음으로 그 무더움을 이겨내는 것이 좋겠다. 한여름 무더움에 처해도 늠름함과 의젓함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난과 시련이 있더라도, 물과 얼음의 덕성으로 헤쳐나갔으면 좋겠다. "너, 늠름하다", "너, 의젓하다", "늠름하고, 의젓하고, 쿨(cool)한 너", "내 딸 너, 늠름하고, 의젓하고, 쿨하게 살아라."
2023년 11월 10일(목)
애비가 짓다.
ⓒ H.M.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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