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들의 호설(號說)
어렸을 적에, 널 "장구"(長久)라고 불렀다. 별명으로 그렇게 불렀다. "천장지구"(天長地久)의 줄임말이다. 이 넉자를 돌에도 새겼다. 며칠 전에 내 아이들의 호를 짓고 호설까지 짓겠다고 하니, 너는 이것으로 하겠다고 했지. 오늘 네 누나와 형의 호설을 먼저 짓고 네 호 풀이 글을 짓는다.
≪도덕경≫에 있는 말은 이렇다. "하늘은 길고 땅은 오래됐다. 하늘과 땅이 능히 길고 또 오래된 까닭은, 그것이 스스로 낳지 않은 것이어서, 능히 길고 오래도록 살아 있는 것이다[ 天長地久(천장지구), 天地所以能長且久者(천지소이능장차구자), 以其不自生(이기불자생), 故能長生(고능장생)]". 성인의 길을 빌어 "무위(無爲), 곧 하지 않음으로써 함"의 뜻이 담겨 있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의 장시(840자) 장한가(長恨歌)에도 이 말이 있다. "헤어짐에 임하여 은근히 거듭 전하는 말 / 그 말 중에 두 마음만 아는 맹세가 있네 / 칠월칠석 장생전(長生殿) / 밤 깊고 사람 없어 속삭이는 말 / 하늘에 있을 때 비익조(比翼鳥)가 되길 바라고 / 땅에 있을 때 연리지(連理枝)가 되길 바라네 / 하늘의 김도 땅의 오래됨도 다할 때가 있건만 / 이 한(恨)은 면면히 이어져 끊어질 날 없으리." 그 유명한 당나라 현종(玄宗)과 양귀비(楊貴妃)의 슬픈, 그리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노래한 것이라네.
이 두 글을 끌어 호 풀이한다. 날개붙은 새, 붙은 나무가지가 되어, 하늘과 땅이 다할 때까지, 오래도록 '살고'(living), 슬픔 없는 아름다운 '사랑을 하며'(loving), '그날'이 올 때까지 열심히 '배우며'(learning) 살아가라는 바람이라네. 사는 동안 내내 '기쁨만' 충만한 그런 삶, 세상 모든 이에게 '그 기쁨'을 안겨주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진실로 서원한다네.
내 아들에게 말한다. "하늘과 땅이 끝날 때까지 그 장구(長久)한 세월 동안 네 재주를 한껏 펼치고 발휘하여 멋지게 살아라."
2023년 11월 10일(금)
애비가 짓다.
ⓒ H.M.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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