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charset="UTF-8"> [31] 인연,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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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疾書): 거칠게 쓴 글

[31] 인연,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by I'mFreeman 2023. 11. 13.

 

 
"가치에 대한 탐구"(An Inquiry into Values)란 부제로 붙은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Zen and the Art of Motorcycle Maintenance)이란 제목의 이 책은 크게 나누면 두 갈래의 글로 이루어져 있다. 매 장마다 그렇다. 우리가 오토바이라 하는 모터사이클을 타고 떠난 여행담이 그 하나요, 여행하는 중에 작중 화자가 펼친 철학 강연이 다른 하나다. 이렇게 보면, '기행문'이면서 '철학서'다. 픽션이 가미되었고, 과거의 삶, 과거의 자신과의 대면이 있기에, '자서전'이기도 하고 '자전적 소설', 곧 문학작품이기도 하다. 1인칭 화법으로 이 여정을 이야기한다.
 
    앞의 여행담에는 작중 화자와 그의 아들 크리스(Chris), 절친한 친구 존(John Sutherland)과 그의 아내 실비아(Sylvia Sutherland)가 등장인물이다. 이들과는 17일 중 9일간 동행한다. 뒤의 철학 강연, 곧 "야외 강연"(Chautauquas)에는 파이드로스(Phaedrus)라는 제3의 인물이 등장한다. 그만 등장할 뿐 그 강연을 듣는 청중은 없다. 작중 화자가 그고, 그가 작중 화자다. 그는 플라톤(Plato)의 ≪대화≫(Dialogue)에 나오는 인물이다. 소피스트(sophist)로서 가상의 인물인 파이드로스를 등장시킨 것은 소크라테스(Socrates)의 대화 상대로 삼아 소크라테스의 위대함을 더  높이기 위함이었다. 피어시그가 등장시킨 파이드로스는 서양철학의 맹점을 지적하는 역할을 맡는다. 서양철학을 한마디로 플라톤에 대한 주석이라 하니, 특히 플라톤의 철학, 이데아와 현상계의 이원화를 비판한 셈이다. 
 
    작중 화자와 그의 아들은 낡은 Honda 모터사이클을, 존과 그의 아내는 고급  BMW 모터사이클을 탄다. 이들이 탄 두 대의 모터사이클이 이렇게 대비되는 것은 어떤 의도가 있는 듯하다. 이것은 어쩌면 픽션일지 모른다.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한 문학적 장치일 수 있다. 화자의 모터사이클은 오래되고 낡은 것이어서 늘 점검과 수선과 유지가 필요하다. 그 관리의 술(術 art)를 통해 선(禪 Zen)을 말하기 위함일 것이다. 네 명의 사람이 두 대의 모터사이클에 나눠 타고 미네소타(Minesota) 주의 주도(州都)이자 작중 화자가 태어나고 자란 미네아폴리스(Mineapolis)를 떠나는 것으로 여정(旅程)이 시작된다.
 
    1968년 그의 고향에서 시작된 여정은 노스다코다(North Dakoda) 주를 경유하여 몬태나(Montana) 주에 이른다. 이곳은 화자가 지난 날 살았던 곳, 그곳에 소재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곳이다. 이 곳에서 지난 날 친밀한 관계에 있던 사람들과도 재회한다. 이곳을 떠나 오레곤(Oregon) 주로 가고 결국에는 캘리포니아(California) 주 북부, 태평양 연안에서 여행은 끝난다. 17일간 이어진 이 여행 도중에 친구 존과 실비아는 미네아폴리스로 돌아가고, 최종 종착지인 캘리포니아를 얼마 남겨 두고 아들 크리스도 버스에 태워 미네아폴리스로 돌려보낸다. 이 여정을 끝까지 한 이는 화자만이다.
 
    이 여행에서 하루하루 있었던 일들, 어느 식당에 갔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무엇을 마셨는지, 어디서 잠을 잤는지, 이런 일상의 일들이 적절히 묘사되어 있다. 아들의 질문에 대답도 하고, 존과 실비아와 대화도 나눈다. 낡은 모터사이클에 실었던 온갖 장비로 나사를 조이고 기름칠하고, 때로 마모된 부품을 사서 고친 일들에 대해 '정말' 상세히 적었다. 모터사이클 관리술을 불교의 선(禪)과 연관지은 것으로 보인다. 그 관리술이 곧 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한국에서 본 '아름다운 성채'와도 연관지었다. 미군에 입대하여 한국에서 6.25전쟁에 참전하며 보고들은 것이 있었고(1946-1948), 인도에 가서 바나라스힌두대학교(Banaras Hindu University)에서 철학을 공부한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앞의 일들에 대한 묘사마다 '야외 강연'을 열었다. 제3의 인물로 등장시킨 파이드로스가 누구인지 앞에서는 선명하지 않다. 뒤로 넘어갈수록 그 파이드로스란 인물이 곧 화자 자신임을 느낄 수 있다. 과거의 자신이면서, 동시에 현재의 자신인 것이다. 모터사이클을 관리해가며 아들과 친구 내외와 함께 여행 중인 현재의 자신이 과거의 자신과 대면(對面)하는 것이다. 과거의 화자는 미네소타대학교(University of Minnesota)에서 1950년 생화학으로 학사학위를, 1958년 저널리즘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곧바로 몬태나주 보즈먼(Bozeman)에 있는 몬태나주립대학교(Mantana State University) 교수가 되었다. 이곳에서 영작문, 수사학을 2년간 가르쳤다.
 
    은퇴를 앞둔 그 대학의 어느 여 교수의 말("질"[quality])이 계기가 되어 시카고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에서 공부하기로 결정한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계속 하려면 박사학위도 필요했다. 어렵사리 "사고 분석과 방법 연구 위원회"(Committee on the Analysis of Ideas and the Study of Methods)에 입학한다. 또, 일리노이대학교[시카고](University of Illinois at Chicago)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 자신이 박사학위과정에서 강의를 듣는 학생이면서, 또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교수였던 것이다.
 
    강의를 듣는 과정에서 점점 담당교수와 대립하게 되었고, 결국 그 강의를 다른 교수가 대신하게 되었다. 이 교수와는 더욱 격렬한 충돌이 있었다. 그 교수들과의 논쟁을 대비하는 공부까지 해야 했다. 날이 갈수록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나중에는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그러던 중에 결국 그는 쓰러졌고, 병원에 실려 갔다. 심각한 우울증(depression)[책]/조현병(schizophrenia)[위키피디어]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갇혀 지내야 했다(1961-1963). ECT라는 치료까지 받고서야 마침내 퇴원할 수 있었다. 그리고 1968년에 이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이다.
 
    "야외 강연"(Chautauquas)이란 이름의 강연은 수많은 철학적 논의를 담고 있다. 인식론, 철학사, 과학철학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삶에 대한 접근이다. 존은 고가의 새 모터사이클을 가졌을 뿐, 유지관리하는 방법은 배우려 하지 않는다. 모터사이클에 종종 문제가 생기면 좌절하고 전문 기계공에게 수리를 맡겨야 했다. 화자는 더 오래되고 낡은 모터사이클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문제해결의 합리적인 기술로 혼자서 그 문제를 진단하고 수리할 수 있다. 또 그렇게 수리해서 타고 다닌다. 존의 방식을 "낭만적"(romantic) 접근이라 했고, 자신의 방식을 "고전적"(classical) 접근이라 하여 서로 구분했다.
 
    근대에 들어서서 "순수한 진(眞)"(Pure Truths)을 추구하게 된 것은 초기 희랍 철학자들이 진(眞)을 "선"(The Good)과 상반되는 것으로 인식한데서 온 것이라고 했다. 설사 진리(또는 "진"[The Truth])를 발견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사람들의 경험에 충분하고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진리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희랍의 철학자들은 본래 "질"(質 Quality)과 "진"(眞 Truth)을 구분하지 않았고, 실상은 그 둘이 하나요 같은 것으로 인식했고, 그것을 덕(德 arete)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세상에 대한 합리적 지각과 낭만적 지각을 모두 포괄하는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 했다. 합리성 그리고 선(禪)과 같은 "그 순간의 존재"(being in the moment)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음을 논증하고자 했다. 화자가 제안하기를, 합리성과 낭만주의의 그런 통합이 더 높은 질의 삶으로 이끄는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고전적 접근과 낭만적 접근, 이 둘로 양분하여 인식하는 이분법적 방법을 대신하는 제3의 길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동양의 선(禪) 불교에서, 무(無 mu)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피어시그는 사람들에게 열정을 빼앗고 어떤 일의 시작함이나 계속함에서 낙담하게 만드는 사건이나 마음가짐을 "gumption trap"이라 했다. 그가 조어(造語)한 말이다. "gumption"이란 1719년 스코틀랜드에서 처음 유래된 말로 "상식, 약삭빠른 판단력, 실용적 이해력" 또는 "열정, 주도성"이란 뜻이다. 이것과 trap(덫)을 조합하여 "gumption trap"라 한 것이다. 이와 연관된 개념이 질(quality)에 대한 피어시그의 형이상학(metaphysics)의 실제 적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덫을 둘로 나누었다. 사람 밖의 외부 사건에서 발생하는 것을 "setbacks"(좌절요인)라 하고, 사람 안의 내적 요인이 생산한 것을 "hang-ups"(단절요인)라고 했다. "단절요인"의 몇 가지 유형을 적었다. "가치의 덫"(value traps)이란 감정적(곧, 수용적 또는 역동적) 이해다. 일반적으로, 이전의 가치에 빠져 어떤 것을 재평가하지 못하거나 기피함을 말한다. "진리의 덫"(truth traps)이란 인지적 이해다. 특정 행위의 피드백(결과)을 잘못 이해하는 것이다. "근육의 덫"(muscle traps)이란 심리운동적 행동이다. 환경, 기계공, 기계의 상호작용을 둘러싸고 있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이 이 책은 다양한 성격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단순한 여행도 아니요 기행문 더욱 아니다. 자서전이기도 하고, 자서전적인 소설이기도 하고, 문학 작품이기도 하고, 철학 강의이기도 하다. 이런 다양한 성질의 것을 책 한 권에 담아낸 것이다. 이런 '낯선 다양성' 때문에 20여 차례 출판이 거절되었다. 그 진가를 알아본 오직 한 명의 편집자가 있어 출판되고, 수많은 독자를 갖게 된 것도 이런 다양성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내가 읽으면서 느끼고 알게 된 것과 남들이 읽고 남긴 영문글에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을 적음으로써 이 책의 소개 글은 이쯤에서 마친다. 이제 이 책과 관련된 개인적인 인연을 말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책 속에 있는 몇 사람과 그들의 교육사상/철학에 대한 몇가지 사항을 보태어 말하려 한다. 내가 9개 학기 동안(1993.9-1998.2) 시간강사로 "교육과정및교육평가"란 교직과목을 가르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내가 은사님을 통해 이 책을 소장하게 되었고 15년 가량 전에 우리글로 모두 옮겼지만, 출판에는 이르지 못한 책을 통해서다. 그 책의 제목은 ≪효과적 교수≫(Effective Teaching)다. 부제는 "특수아동 대상 응용행동분석의 원리와 절차"(Principles and Procedures of Applied Behavior with Exceptional Students)다. M. Wolery와 D.B. Bailey, Jr.와 G.M. Sugai, 3인의 공저다(1988, Allyn & Bacon 1988). 이 책은 특수아동을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방법으로 응용행동분석을 들고 그 원리와 절차를 실로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본문만 520쪽이다.
 
    이 책의 앞 두 장(章)에서 문학 작품 둘이 인용되어 있다. 하나는 칼릴 지브란(Kahil Gibran)의 시 ≪예언자≫(Prophet)요, 다른 하나는 피어시그(R.M. Pirsig 1928.9.6-2017.4.24)의 바로 이 책이다. 앞의 것은 워낙 유명한 시인의 작품 중 일부고 번역서까지 있어 문제될 것이 없었다. 뒤의 것은 난생 처음 접하는 작가의 책이었고, 본문을 봐도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제목도 특이했다.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Zen and the Art of Motorcycle Maintenance), 이 제목을 봐도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불교의 선(禪)과 오토바이 관리술, 이 둘이 어떻게 연관되며, 그 내용이 효과적 교수와 또 어떤 관련이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선(禪)이란 것이 집중함과도 같은 것이고, 모터사이클 관리에도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니, 이 책의 저자는 이 둘을 같은 것으로 보았을 것이라고 어렴풋하게 생각했다. 이런 탓에 머리 속 기억창고에 이 제목이 깊게 박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 있는 병원에 갔다 약의 조제를 기다리는 대신 이웃의 서점에 들렀다. 그때 이 책의 한글 번역서가 입구 앞 쪽에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너무도 반가웠다. 영어책이 아니라, 우리글로 옮겨졌으니 쉽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앞의 번역서에 인용한 부분을 찾으면 그 뜻을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뒤돌아볼 것도 없이 바로 구입했다. 분량에 비하자면 가격이 싼 것이었다.
 
    출간 25년 기념판으로 나온 것이니 1974년 초판의 내용에 더 많은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저자가 그 이후에 있었던 일들을 적은 글도 있었다. 우리말로 번역한 장경렬 서울대 교수가 발표한 논문 한 편, 그리고 그의 후기까지 있었다. 후기의 제목은 이 책의 가치를 말하고 있었다. "사서 보든 빌려 보든 베껴 보든 빼앗아 보든 훔쳐 보든!" 어찌되었든 꼭 읽을 만한 책,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것이다. 또, 번역의 수고에도 불구하고, 그 대가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적이 처음이라고 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번역이란 고된 작업 끝에, 800쪽의 책을 내면서 어느 누가 그럴 수 있을까 생각했다.
 
    피어시그가 극심한 우울증을 앓았고, ECT(전기경련치료)까지 받았다 했다. 나도 비슷한 병을 얻어 약물치료로도 치료되지 않아 ECT를 받은 적이 있다. 지금은 약으로 버티고 있다. 동병상련의 정을 느꼈다. 1970년대에 비해 약물학이 크게 발전하였다. 지금은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처럼 생각한다. 심한 상태라 해도. 약물만으로도 어느 정도 치료된다. 그 아들 크리스까지 마음에 문제가 있었고, 뒤에 어떤 일로 죽었다고 하니, 그 심정을 누가 헤아리겠는가.
 
    피어시그가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입학한 시카고대학교(University of Chicago)은 30대 초에 총장이 된 허친스(Robert Maynard Hutchins 1899-1.17-1977.5.14)가 고전 읽기 교육에 역점을 두어 명문 대학이 되었다. 허친스는 '진리의 불변'을 믿었다. 서구사상의 기초이자 모든 분야의 지식을 망라한 "대명저"(Great Books)를 읽는 것이 지식과 진리를 얻은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었다. '진리의 불변'을 믿고 '고전교육'이 교육의 중심 내용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영속주의/항존주의'(perennialism)라고 한다.
 
    피어시그를 극심한 우울증으로 몰고간 "사고 분석과 방법 연구 위원회"의 중심인물이었던 허친스와 그 위원회의 또 다른 일원인 아들러(Mortimer Adler) 같은 사람이 대표자다. 아들러의 사상은 그의 저서 ≪파이데이아 제안≫(Paideia Proposal)에 잘 담겨 있다. 플라톤(Plato),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성 아우구스투스(St. Augustine), 성 토마스 아퀴나스(St. Thomas Aquinas), 에라스무스(Desiderius Erasmus), 세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등의 저술이 대명저로 인정된 것들이다.
 
    영속주의 교육철학자들은 이들 대명저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칠 핵심 교육내용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 책들을 원어로 읽는 것이 최선이기에, 희랍어와 라틴어도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런데 허친스와 피어시그, 두 사람의 성명에서 흥미로운 점이 하나 발견된다. "Robert Maynard Hutchins"와 "Robert Maynard Pirsig", 성만 다르고, 이름이 똑같다. 우연치곤 특이하다.
 
    이 귀한 책을 우리글로 옮겨준 장경렬 교수의 말처럼, 누구든 이 책을 한 번쯤은 읽어볼 필요가 있다. 나도 다시 읽어야 하겠다. 난해한 내용이 다수여서 제대로 읽지 못한 것 같다. 빼앗기와 훔치기를 제외하고, 어떤 수단을 쓰든, 이 책의 일독(一讀)을 권한다. 그럴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장경렬 역(2010, 문학과 지성사)

 

2023년 11월 10일(금)
ⓒ H.M.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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