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풍경
늦가을 날
지표(地表)에
엉긴 수증기
서리 됐나
비 내리고
바람 불어
저기 저 나무
떨꾼 잎새
다시 오니
온 마을
자욱한 안개
멋진 풍경
[일기] 어제(10월 26일) 오후부터 비가 세차게 내리고, 천둥 번개도 내리쳤다. 바람도 몹시 심하게 불었다. 글을 쓰다 풀리지 않아 밖에 나가 바람 한 개비 피우며 이웃 집에 있는 나무 한 그루를 보았다. 나뭇잎들이 붉게 타올라 있었다. 이제서야 보였다. 바람에 잎사귀들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늦가을 만추의 계절이고 절기로는 상강(霜降) 즈음이니, 지표에 있던 수증기가 엉기고 엉겨 서리 내렸나 보다 생각했다. 그러곤 다시 글을 쓰려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한참 시간이 지났다. 더욱 세차게 비가 내렸고, 천둥 번개에 전원도 차단되었다. 저녁 무렵 다시 나가 그 나무를 다시 보았다. 이젠 안개까지 자욱하여 온 마을에 퍼져 있었고, 그 나무를 휘감고 있었다. 보기에 참으로 좋았다. 사진 하나 얻으려 했지만, 휴대폰이 없다. 그러다 잊었다. 다시 생각났을 땐 이미 칠흙 같이 어두워져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매사 그렇듯, 때를 놓치면 안 된다. 오늘에야 사진 하나 얻었지만, 어제 그 모습과는 판이하다. 쾌정해진 날씨에 그 나무는 제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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