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생일이다. 내가 엄마의 태(胎)에서 나온[出] 날인 것이다. 아내가 오늘 0시 무렵 축하의 말을 건냈다. 내 아이들도 축하한다고 말했다. 나언이 미리 주고간 용돈, 세나가 추석 며칠 전 와서 주고간 케이크 살 돈, 손에 들고 이 글을 쓰는 도구인 '최신' 휴대폰(갤럭시23) 등 귀한 선물은 오늘에 앞서 미리 받았다. 생각지도 못하게, 장인장모님께서 용돈을 보내주셨다. 내외간에 밖에 나가 맛난 식사하라 하셨다. 사위 생일까지 챙겨주시니 진정 귀하고 고마운 말씀이다. 아니 황송하다. 또한 생각도 못한 장포 선생님의 축하 톡도 받았다.
오늘은 우리 엄마가 나를 낳아준 날이다. 아들인 나를 낳아 대를 잇게 했고, 낳아서 기르고 공부할 수 있게 하셨으니, 위로와 축하와 고마움의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은 나를 낳아주신 엄마를 뵈러 모현센터에 가는 날이다. 내가 머뭇거리는 사이, 아내가 오늘로 예약한 것은 진실로 지혜로운 결정이다. 오늘 면회는 갓 제대한 이언이 동행했다. 나언은 근무일이어서 함께 하지 못했다. 한번도 빠진 적 없이 함께 했지만 오늘은 제 일 때문에 오지 못한 도언은 영상통화로 면회했다. 생각지도 못했다. 모두 고맙다.
오늘 우리 엄마는 전보다 많이 좋은 상태였다. 나만 아니라 아내와 약 1년만에 본 이언의 이름과 당신 손자임을 기억해냈다. 다행이고 고맙다. 내 마음이 조금은 편안했다. 나오는 길에 오늘은 엄마가 날 낳아준 날임을 다시 말씀드렸다. 엄마가 탄 휠체어를 밀고가던 K복지사님이 나더러 예쁘게 말하신다 했다. 아버지에 대해 물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전부터 사소한 것까지 눈여겨 귀기울여 보고듣고 상찬의 말을 해주신 분이다. 고맙다. 신실한 분이다.
집으로 돌아왔다. 조금 후에 아내는 일하러 다시 나갔다. K복지사님의 말에 대해 곰곰 생각했다. 우리 4남매와 그 부모와 살며 겪은 일들이 하나요, 아내와 우리 아이들, 도나이 3남매에게 내가 저지런 일들이 또다른 하나다. 이것은 내가 진작에 정리하려 했던 일이다. 어두움으로 가득찬 일들이어서 생각조차 하고싶지 않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옛 일들에 대한 내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기억을 반추(反芻)하면서 그 일들을 생각한다. 마음에서 정리된 내 생각을 말이 아닌 글을 따로 써서 기록하기로 결심한다.
일 마치고 아내가 돌아왔다. 바쁘게 또 일한다. 내 생일상에 올릴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그 짧은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많은 음식을 해냈다. 도언이 집에 오며 생일 케이크를 사온 모양이다. 내 만나이 58세니 촛불이 많기도 하다. 촛불 끄고 케이크를 자른다. 가족들은 축가도 부르고 사진도 찍는다. 그리고 만찬이 이어진다. 간만에 느껴보는 화기애애한 시간이다. 고맙고 미안하다. 이언이 내게 쓴 편지를 건네준다. 그 마음을 이해한다. 가슴이 아프다.
어쩌면, 9명의 내 가족들이 겪은 일들과 기억, 불행한 삶은 상당부분 '그'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아니, 진실로 그런 것이다. 오늘까지 죽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어떠하든, 원인이 무엇이든, 나는 내 가족의 흑역사를 청산하여야 한다. 그 시작은 철저한 반성이요, 진심어린 사과요, 진실된 참회일 것이다.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생일이다. 내가 태어나고부터 58개 성상(星霜)의 세월이 흐른 오늘 2023년 10월 6일, 이 날을 나는 잊지 말아야 한다. 내 가족이 세상 무엇보다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코!
2023년 10월 6일(금)
한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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