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charset="UTF-8"> [45] 박사학위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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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疾書): 거칠게 쓴 글

[45] 박사학위란 무엇인가

by I'mFreeman 2024. 11. 12.

박사란 무엇인가. 그 학위를 어디서 어떻게 취득하는가. 이것이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다. 우리가 대학에 입학하여 소정의 과정을 마치고 졸업에 필요한 학점수를 모두 취득하여 졸업하게 되면 '학사'학위를 받는다. 학사학위란 말은 하지도 듣어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통상적으로, 학위라고 하는 것이 석사나 박사만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학사학위도 엄연히 학위의 하나다. 더구나, 석사학위 취득을 위해 대학원 과정에 입학하려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학사학위 소지자여야 한다. 내가 직접 경험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석사 이상의 학위를 취득하는데 필요한 요구사항을 설명하려 한다.

 

    먼저 구분할 것이 있다. 석사 이상의 학위를 수여하는 곳은 4년제 이상의 대학에 설치되어 있는 대학원에 진학하여야 한다. 대학원은 흔히 "일반대학원"이라고 말하는 대학원, 전문대학원(법학전문대학원 등), 특수대학원(교육대학원 등)이 있다. '특수'와 '전문' 대학원이 있기에, 대학원이란 말에 편의상 '일반'이란 말을 덧붙일 뿐, 대학원은 그냥 대학원이다. 대학원은 학문후속세대, 곧 해당 전공 분야의 학술연구를 계속할 '학자'(學者 scholar)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이다. 현재 박사학위는 대학원에서만 수여한다. 전문대학원은 '전문직업' 분야의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이다. 특수대학원은 직업인 또는 일반인의 '계속교육'이란 특수목적을 가진 교육기관이다. 이와 같이 각 대학원은 설치 목적 자체가 다르다. 교육기관인 동시에 연구기관의 성격을 갖기에, 이들 대학원 학력은 대개 경력으로 인정된다. 대학원에서 학위를 취득하는 것은 전문대학원이나 특수대학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어렵다.

 

    대학원을 기준으로  학위 취득의 과정을 설명하면 이렇다. 대학원은 타 대학원과 달리 학위논문을 제출해야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대학원의 석사학위과정은 2년(4개 학기), 박사과정은 3년(6개 학기) 동안 각각 24학점과 36학점(예전에는 부전공 9학점 포함)을 취득해야 한다. 학점수를 이렇게 정한 것은 직장인 등과 같이 시간제(part-time)로 과정을 이수하는 사람도 과정을 수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시간제 원생은 수강신청 가능한 학점이 한 학기에 2과목 6학점으로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한 학기에 3과목 9학점까지 수강신청할 수 있는 전일제(full-time) 원생에게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제도였다. 4학기면 학점수에 대한 요건을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이 원칙을 필수로 적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학·석사통합과정, 석·박사통합과정 등 다양한 제도가 있기에, 조금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학위 과정을 이수하는 동안 '전공종합시험'과 '외국어시험'도 봐야 한다. 전공종합시험은 석사학위과정의 경우 3과목, 박사학위과정의 경우 5과목이다. 외국어 시험은 공히 영어시험이 있고 박사학위과정은 제2외국어시험이 추가된다. 석사학위과정은 3학기와 4학기, 박사학위과정은 5학기와 6학기에 각각의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대학원에서 요구하는 학점수을 취득하고 전공종합시험과 외국어시험을 합격하면, 학위논문을 쓸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다만, 박사학위과정 원생은 학위논문의 기초가 되는 '부논문'을 2편 이상 한국연구재단 등재(후보)지에 발표하여야 한다.

 

    학위논문을 발표하기 전에(최소 각각 3학기, 5학기), 본논문 작성계획서를 발표하여(예전에는 '아젠다'[agenda] 발표라고들 했다) 통과해야 한다. 박사학위과정은 계획서 발표 전에, 학과 예비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계획서 발표를 통과한 사람에 한해 본논문 제출 자격이 부여된다. 본논문 발표 후에, 석사학위과정은 3인의 위원(지도교수 포함)으로, 박사학위과정은 5인의 위원(지도교수 포함, 교외 위원 2인)으로 학위논문 심사위원회가 구성되어 심사를 받는 과정이 이어진다. 석사학위논문은 1회, 박사학위논문은 3회의 심사가 있다. 심사위원 전원이 통과결정을 내려야 학위논문을 제출하고 졸업과 함께 학위를 취득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대학원에서만 박사학위를 수여하고 학위논문 제출이 필수다. 미국에서는 다른 대학원(예: 교육대학원)에서도 박사학위를 수여하고 때로 학위논문을 대신하여 '연구방법론'과 '통계학' 같은 과목을 이수하면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것(이 경우 학위명은 '교육학박사'[EdD]임)으로 알고 있다. 최고로 인정받는 '철학박사'(PhD)는 대학원에서만 취득할 수 있고 반드시 논문을 제출해야 한다(인문학이나 이학 분야에 한하며, 공학 등은 해당되지 않음). 우리나라는 학위명이 교육학박사든 심리학박사든 철학박사라고 표기할 수 있다.

 

    예전에 '돈 박사'라는 말이 있었다. 금전 거래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경우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학위논문을 써서 발표하고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었다. 논문 작성에 필요한 자료 수집, 경우에 따라 조사와 실험에 필요한 비용, 5, 6차례에 걸친 발표와 심사 그리고 그때마다 심사료와 식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논문을 쓰기 위해 자동차를 판 분도 봤다. 이런 문제는 공식적으로 학교에 내는 심사료가 현실적으로 너무 낮은 탓이다. 서양에서는 지도교수나 심사위원에게 따로 주는 심사료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귀찮고 성가신 일이지만, 본인도 누군가의 지도와 심사를 받아 학위를 취득했기 때문에 당연한 의무로 여긴다는 것이다. 오늘날은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인하여 사립대학에서도 별도의 심사료나 선물을 주고받는 일이 없어졌다. 다행스런 일이다. 다만, 진심어린 고마움을 표현할 길조차 막힌 것은 조금 아쉬운 일이라 할 것이다. 상담 또는 임상심리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 받아야 하는 수퍼비전 비용 문제도 해결이 필요하다.

 

    여담으로 하는 말이다.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에도, 학사(學士)와 박사(博士)가 있었다. 관직 명이다. 석사(碩士)는 없다. 학사(홍문관과 예문관 소속의 정2품 관직인 대제학)가 성균박사(정7품 정원 2명)보다 높은 지위다. 한자 뜻으로 보면, 학사는 배운 선비, 석사는 큰 선비, 박사는 넓은 박사다. 한 분야를 깊게 연구하다 보면, 자연히 넓어지기 때문에 그리 부르는 것이리라. 학사를 영어로 bachelor라 한다. 미혼남이란 뜻도 있다. 석사는 master다. 장인(匠人)이란 뜻이다. 연구방법을 마스터했다는 뜻이다. 박사 doctor는 의사란 뜻이니, 박사학위를 딴 의사는 어찌 불러야 할까.

 

    이쯤 쓰고 보니, 내가 박사학위 청구논문을 쓸 때가 생각난다.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를 논의하는 장에 막혀 참으로 힘들었다. 보따리 싸서 두류도서관에 가서 공부해 보기도 하고, 아내를 출근케 하고 두류공원에서 헤매기도 했다. 이런 어려움도 있었지만 진실로 좋았던 시절이었다. 젊은 시절인데다 마음 씀씀이 넓은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했고, 둘 사이에 큰 아이가 태어난 때였다. 밤새며 논문을 쓰는 동안에 아기가 울면 내가 분유를 태워서 먹였다. 울면 안아서 복도를 걸으며 노래 불러주었다. 그렇게 하면 쉽게 잠자던 '그 큰 아기'와 아내가 나와 함께 하였던 것이다. 좁은 아파트에 살면서도, 참으로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그날이 다시 오려나, 그리워진다.

 

2024년 11월 12일(화)
ⓒ  H.M.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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