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疾書): 거칠게 쓴 글55 [11] 만추 풍경 만추 풍경 늦가을 날 지표(地表)에 엉긴 수증기 서리 됐나 비 내리고 바람 불어 저기 저 나무 떨꾼 잎새 다시 오니 온 마을 자욱한 안개 멋진 풍경 [일기] 어제(10월 26일) 오후부터 비가 세차게 내리고, 천둥 번개도 내리쳤다. 바람도 몹시 심하게 불었다. 글을 쓰다 풀리지 않아 밖에 나가 바람 한 개비 피우며 이웃 집에 있는 나무 한 그루를 보았다. 나뭇잎들이 붉게 타올라 있었다. 이제서야 보였다. 바람에 잎사귀들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늦가을 만추의 계절이고 절기로는 상강(霜降) 즈음이니, 지표에 있던 수증기가 엉기고 엉겨 서리 내렸나 보다 생각했다. 그러곤 다시 글을 쓰려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한참 시간이 지났다. 더욱 세차게 비가 내렸고, 천둥 번개에 전원도 차단되었다. 저녁 무렵 다시 나가 .. 2023. 10. 27. [10] 설익은 개혁의 위험성 애 어른 할것없이 종이책을 읽지 않는 시대, 전자책(e-book)으로 책을 읽는 시대다. 세상 소식도 종이신문 대신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전자신문을 통해 세상 소식을 접하는 시대다. 이리 된지도 오래다. 지금은 나도 이런 시대적 흐름에 굴복하여 대세를 따라가고 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정보와 지식을 종이신문과 종이책을 통해 얻었다. 신문과 잡지를 구독했고 책을 구입해서 읽고 모았다. 신문은 조선일보를 가장 오랫동안 구독했다. 일종의 역행(逆行)이었다. 이렇게 한 것은 순전히 한 분의 칼럼을 읽기 위해서였다. '한 주'에 '한 편'의 글을 읽기 위한 것이었다. 그 한 분은 한양대 정민 교수다. 널리 읽힌 ≪미쳐야 미친다≫의 저자다. 그 칼럼은 정민 교수의 고정 칼럼 "세설신어"(世說新語)다.. 2023. 10. 25. [9] 아호설(我號說) 고등학교에 다닐 때 "국어" 과목을 가르치신 여러 선생님 중에서 지금도 생각나는 선생님 한 분이 계셨다. 그 선생님, 홍조띤 얼굴에 달짝한(?) 향을 풍기며 교실에 들어오셨다. 학교 아래 가까운 주점에서 막걸리 한두 잔을 드신 것이다. 요즘과 달리, 이것을 어느 누구도 문제삼지 않았다. 수업 때마다 늘상 하시던 말씀이 있었다. "나는 한문학의 대가인 거라." 칠판에 두 손을 벌려 칠판에 두고 비스듬히 서서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은 고인(故人)이 되셨을 것이다. 그리고 문학인의 이름[名]을 말할 때면 꼭 그 분들의 아호(雅號)도 일러주셨다. 그 뜻도 풀이해주셨다. 이름마다 아호를 적은 유인물을 나눠주시기도 했다. 최남선의 호가 육당(六堂), 이광수의 호가 춘원(春園), 오상순.. 2023. 10. 23. [8] 칵테일과의 만남 칵테일과의 첫 만남! 그 첫 대면의 날은 생각나지 않는다. 누구와 함께 했는지도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 대학 다닐 때 어울려 다니던 친구들과 함께 했던 것 같기도 하고,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어느 때 사귀던 아내와 단 둘이서 함께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때 바(bar)에서 만난 것이 아님은 분명히 알겠다. 1980년대 그 당시, 돈까스 등 일본식 서양 음식을 팔던 곳, 레스토랑이라고 하던 곳에서 칵테일과 첫 대면을 한 것은 확실하다. 또, 진 토닉(Gin Tonic), 블랙 러시안(Black Russian), 키스 오브 파이어(Kiss of Fire)...를 마셔 보았던 것도 기억 속에 생생히 살아 있다. 또, 젊은 시절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칵테일"을 '극장'에서 보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줄.. 2023. 10. 23. 이전 1 ··· 9 10 11 12 13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