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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양주(洋酒), liquor와 liqueur 서양의 과학기술 그리고 천주교가 중국에 들어왔다. 뒤이어 조선에도 들어왔다. 서양 학문을 이르는 말이 필요했다. 중국에서는 양학(洋學)이라고 했다. 이 땅에서는 서학(西學)이라고 했다. 이제 다시, 서양 학문에 대응하는 우리 학문을 이르는 말이 필요했다. 조선의 유자(儒者)에게 학문이란 곧 성리학이었기에, 서양 학문에 대응하는 우리 학문을 이르는 말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동국(東國)이라 했음에도, 이 땅의 학문을 동학(東學)이라 하지 않고 국학(國學)이라 했다. 동양삼국의 학문을 동양학(東洋學)이라 했다. 근자에 와서 이렇게 부르고 있다. 서양인들이 서양에서 만든 술, 서양인들이 즐겨 마시던 술을 우리는 양주(洋酒)라고 한다. wine은 와인으로, beer는 맥주로 따로 부르니, 양.. 2023. 10. 28.
[12] 이름[名], 그리고 작호(作號) 예나 지금이나, 사람은 남들과의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살아간다. 남들과 관계함이란 곧 소통이다. 남들과의 소통에서 그를 부르거나 또 다른 남을 가리키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다. 나, 너, 그와 같은 말로 부르거나 가리킬 수도 있다. 하지만 소통을 정확히 하려면, 그 대상을 특정해야 한다. 부르는 말[號稱], 가리키는 말[指稱]이 필요한 까닭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름을 짓는다. 우리는 '이름'으로써 그를 부르고 가리키는 것이다. 1. 이름, 동서(東西)의 차이 사람의 '이름', 이것을 '이름'에 있어 동(東)과 서(西) 간에 몇 가지 큰 차이가 있다. 지금 곰곰 생각해 보니, 서너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차이점 하나는 이렇다. 우리에게 이름이란 성(姓)을 제외한 명(名)을 말한다. 우리에게 .. 2023. 10. 27.
[11] 만추 풍경 만추 풍경 늦가을 날 지표(地表)에 엉긴 수증기 서리 됐나 비 내리고 바람 불어 저기 저 나무 떨꾼 잎새 다시 오니 온 마을 자욱한 안개 멋진 풍경 [일기] 어제(10월 26일) 오후부터 비가 세차게 내리고, 천둥 번개도 내리쳤다. 바람도 몹시 심하게 불었다. 글을 쓰다 풀리지 않아 밖에 나가 바람 한 개비 피우며 이웃 집에 있는 나무 한 그루를 보았다. 나뭇잎들이 붉게 타올라 있었다. 이제서야 보였다. 바람에 잎사귀들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늦가을 만추의 계절이고 절기로는 상강(霜降) 즈음이니, 지표에 있던 수증기가 엉기고 엉겨 서리 내렸나 보다 생각했다. 그러곤 다시 글을 쓰려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한참 시간이 지났다. 더욱 세차게 비가 내렸고, 천둥 번개에 전원도 차단되었다. 저녁 무렵 다시 나가 .. 2023. 10. 27.
[3] 오서오능과 동물학교 [1] 오서오능(鼯鼠五能): 원문 정민의 세설신어 [72] 오서오능(鼯鼠五能) "여러 가지를 조금씩 잘하는 것은 한 가지에 집중하느니만 못하다. 날다람쥐는 다섯 가지 재주가 있어도 기술을 이루지는 못한다." '안씨가훈(顔氏家訓)'에 인용된 말이다. 공영달(孔穎達)은 이렇게 풀이한다. "날 줄 알지만 지붕은 못 넘고, 나무를 올라도 타넘지는 못한다. 수영은 해도 골짜기는 못 건너고, 굴을 파지만 제 몸은 못 감춘다. 달릴 줄 알아도 사람을 앞지를 수는 없다." 오서오능(鼯鼠五能), 즉 날다람쥐의 다섯 가지 재주는 이것저것 하기는 해도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팔방미인(八方美人)과 비슷하다. 누고재(螻蛄才)란 말도 쓴다. 누고(螻蛄)는 땅강아지다. 땅강아지도 날다람쥐의 다섯 가.. 2023.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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